[1]“삼성물산 저평가” vs “시가 근거로 산정” [2]신규 순환출자 고리 엘리엇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삼성 “기존 고리 내의 합병일뿐” [3] KCC에 자사주 매각 엘리엇 “기존 주주 의결권 희석” 삼성 “법원, SK때도 인정한 것”
삼성물산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엘리엇 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의 실태를 공개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국내외 여론 몰이에 나선 엘리엇
엘리엇은 특히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이날까지 낸 4건의 보도자료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견해’라는 27쪽짜리 영문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에 제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ISS는 다음 달 초 이번 합병과 관련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ISS 제출용 보고서를 국내에도 유포한 것은 법정 다툼에 앞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드는 동시에 반대주주들을 규합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 법정 공방 이뤄질 합병 비율과 자사주 매각
엘리엇이 가장 먼저 쟁점화한 것은 7.12% 지분 보유를 공시(4일)했을 때부터 주장한 불공정한 합병비율(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 문제다. 엘리엇은 제일모직 주식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반면 삼성물산 주식은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에서 합병을 결정해 공정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합병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제일기획(12.6%) 등의 계열사 지분 가치가 약 12조4000억 원으로 시가총액(8조1000억 원)의 1.5배에 이른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엘리엇의 두 번째 목적은 삼성물산이 11일 장외거래를 통해 KCC에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경영진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식 가치와 의결권을 희석시켰다”고 성토했다.
국내 법원 판례로 보면 삼성물산이 일단 유리해 보인다. 2003년 12월 SK㈜는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자사주 9.7%를 우호세력인 하나은행에 매각했다. 소버린도 엘리엇처럼 즉각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당시 법원은 SK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은 이와 함께 삼성물산 지분 7.39%를 보유한 삼성SDI와 4.79%를 가진 삼성화재 역시 합병에 찬성할 경우 해당 회사들의 주주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해 전선을 확대했다.
○ 순환출자 고리까지 물고 늘어진 엘리엇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은 순환출자 고리 내 두 회사 간 합병으로 공정거래법상 예외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합병 완료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구체적인 순환출자 내용 및 예외 인정 여부, 해소 방안 및 시기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타사 지분 등을 현물배당 하거나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안을 다음 달 17일 임시주주총회 공식 의안으로 승인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