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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진 판사, 크메르루주 전범재판 맡는다

입력 | 2015-06-19 03:00:00

캄보디아 ECCC 국제재판관 임명




“‘지연된 정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바로잡는 것이 한국 판사들의 특기다. 재판을 20년 넘게, 특히 형사 재판을 다수 경험해 자신 있다’고 밝힌 게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18일 오후 서울고법 17층 형사8부 판사실. 막 재판을 마친 백강진 서울고법 판사(46·사법연수원 23기·사진)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이날 캄보디아 정부는 유엔의 지명을 받은 백 고법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급)를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특별재판소(ECCC) 전심 재판부 국제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74),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62), 정창호 ICC 재판관(48) 등의 뒤를 잇는 한국인 국제재판관이 탄생한 것. 백 판사는 다음 달 중순부터 ECCC에 파견된다.

ECCC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정권(1975∼79년) 시기 집단 학살 등을 자행한 4명의 전범 재판을 담당하기 위해 유엔과 캄보디아 양자협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재판소다. 아시아에 소재한 유일한 유엔 특별재판소로, 캄보디아 국적의 재판관 및 검사 3명과 유엔 파견 법관, 검사 2명이 함께 기소와 심리를 수행한다.

백 판사는 유엔 본부 관계자와 화상 면접을 한 후 4월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재판관 지명을 받았다. 두 달 가까이 캄보디아 정부의 임명 허가를 기다리며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지명 사실조차 주변에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현직 법관이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런 점이 좋게 보였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ECCC 재판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규칙 등을 개정해서라도 불필요한 절차들을 해결해 빠른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ECCC는 앞서 정창호 ICC 재판관이 올해 2월까지 재직했던 곳이다. ‘사법 한류’의 맥을 잇게 된 백 판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 재판관처럼 훌륭한 분이 만드신 길을 뒤따라가는 것뿐”이라고 하면서도 “두렵긴 하지만 저처럼 보통의, 평범한 판사들도 국제 사법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알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백 판사는 “국제재판소는 인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며 “봉사라고 하면 과한 듯하고, 한국 사법부의 국제적 기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