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달]
메르스 공포가 한국을 뒤덮은 지 한 달이 돼 가면서 국내 증시와 부동산시장에도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산효과(wealth effect·자산가치 상승으로 소비를 늘리는 것)’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며 쏟아낸 부양책으로 살아나던 자산시장이 메르스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렸던 화장품, 백화점, 여행·레저업종의 시가총액은 최근 한 달 새 6조5500억 원이 감소했다. 메르스로 국내 소비가 위축된 데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이들 업종의 주가는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화장품 업종의 골이 가장 깊다. 한 달간 화장품 업종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3조3800억여 원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은 8.88% 하락했고 한국화장품(―18.60%), 에이블씨엔씨(―24.51%) 등은 급락했다.
메르스 공포로 주택 거래도 감소하고 있다. 신고일 기준(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으로 집계되는 거래량 통계로는 당장 드러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거래 위축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낯선 사람들이 집을 방문하는 것을 꺼려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분양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7, 8월 비수기가 오기 전인 이달 중 분양 물량을 쏟아낼 계획이었지만 최근 본보기집 개관 일정을 잇달아 늦추고 있다.
다만 올 들어 두 차례 내린 기준금리 덕에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있는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주택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인기는 유지되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