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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원전 폐로 ‘고리 1호기’ 직접 해체 택할 듯

입력 | 2015-06-19 03:00:00

로봇팔로 원자로 잘라 밀봉후 방폐장行… 원전 해체 방식-기술에 관심 쏠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원전 해체용 로봇팔. 일반 산업용 로봇팔보다 가늘어 복잡한 원자로 해체 작업 시 사용하기에 유리하다. 과학동아DB

우리나라의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2년 뒤인 2017년 6월 18일을 끝으로 전력 생산을 마치고 폐로(閉爐)에 들어가기로 결정되면서 원전 해체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명이 끝나 가동을 멈춘 원전은 149기다. 이 중 해체가 끝난 원전은 총 19기다. 미국이 15기로 가장 많고, 독일이 3기, 일본이 1기를 해체했다. 나머지 130기는 해체가 진행 중이거나 해체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형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TRIGA MARK)’ 2, 3호기를 해체한 경험은 있지만 상업 발전용 원전 해체 경험은 없다.

○ 50년 이상 관리하거나 해체하거나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폐기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폐쇄 원전에 콘크리트를 부어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영구 밀봉하는 ‘차폐격리(Entombment)’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1986년 원전 사고를 일으킨 구소련의 체르노빌 4호기에 적용했던 것으로 사실상 고리 1호기에 쓰일 가능성은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안전저장관리(SafeStore)’다. 원전 내부를 깨끗이 제염(除染)한 뒤 원전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관리만 하는 것이다. 제염은 원전의 ‘때’를 벗겨내는 과정이다. 원자로는 녹이 슬지 않는 강철(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하지만 오래 가동하면 냉각수 파이프라인 안쪽에 방사성 코발트와 핵반응에서 생기는 중성자 등 오염물질이 끼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제염제를 넣어 ‘방사능 때’를 벗겨야 한다.

방사성 코발트의 경우 방사선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5.6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이 상태로 50년 정도 유지할 경우 사람이 들어가서 철거할 수 있을 만큼 방사능 수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폐로 주변 지역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1993년 폐쇄된 미국 트로얀 원전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가장 적극적인 방식은 ‘원전 해체(Nuclear decommissioning)’로 원전을 짧은 시간 안에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처리가 관건이다. 110만 kW급 원전 1기를 철거하면 폐기물이 50만∼55만 t 나오고, 이 가운데 6000t이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피폭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원자로는 로봇으로 절단… 해체에 15∼20년 걸려

고리 1호기는 직접 해체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한 원자로는 오염 정도가 자연적으로 감소할 때까지 기다리는 지연해체 방식이 절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권 한국원자력연구원 제염해체연구부장은 “원자로는 원격조종 크레인과 로봇 팔 등을 이용해 사람 대신 로봇이 해체할 수 있다”면서 “잘라 낸 조각은 로봇 팔로 드럼에 넣어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현재 한국형 원자로 철거 로봇과 정밀 제어 기술, 해체 프로그램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에는 15∼2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영구 가동 정지 이후 5년 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원전 해체 계획을 승인받아야 하고, 이후 해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는 6년 이상 걸리며, 터의 복원에는 2년이 필요하다.

문 부장은 “직접 해체를 위해서는 총 38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21가지를 확보했다”면서 “해체의 핵심 기술인 제염과 절단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