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구술집 일본어판 내기 위해 한국사이트서 400만원 시민모금 주관단체 “韓당국 예산없다며 미뤄” 당국 “사실무근”… 진실공방 벌어져
문제가 된 책은 2013년 2월 출판된 ‘들리나요? 열두 소녀의 이야기’(들리나요·사진)다. 이 책은 한국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채록한 것으로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 위원회)’가 발간한 첫 정부 차원의 위안부 피해 증언집이다.
문제는 위안부 가해 당사국인 일본어판 출간을 앞두고 발생했다.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어 번역협력위원회’는 “지난해 6월 번역을 끝내고도 한국 정부의 예산 문제로 1년 넘게 일본어판을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며 18일 한 한국 내 사이트에서 크라우드펀딩(특정 프로젝트에 다수가 소액을 투자하는 방식)을 시작했다. 목표 금액은 424만 원으로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된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정부가 할 일을 일본 시민단체가 해 줘서 고맙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한 누리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증언록을 하루빨리 일본어로 번역 출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만에 목표치의 25%가 넘는 120만 원 정도가 모였다.
하지만 당국은 “(예산 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일항쟁기 위원회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록 출간을 미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번역 감수 과정에서 ‘새로 번역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와 일본어판 출간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번역협력위원회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