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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시민단체, ‘위안부 증언’ 출간 나서

입력 | 2015-06-19 03:00:00

12명 구술집 일본어판 내기 위해 한국사이트서 400만원 시민모금
주관단체 “韓당국 예산없다며 미뤄”
당국 “사실무근”… 진실공방 벌어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12명의 증언을 기록한 책을 일본어로 출간하기 위해 시민 모금이 시작됐다. 해당 단체는 “관계 당국이 ‘번역은 됐지만 이를 감수할 예산 400만 원이 없다’며 책을 출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민 모금을 시작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은 이를 정면 반박하고 있어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가 된 책은 2013년 2월 출판된 ‘들리나요? 열두 소녀의 이야기’(들리나요·사진)다. 이 책은 한국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채록한 것으로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 위원회)’가 발간한 첫 정부 차원의 위안부 피해 증언집이다.

문제는 위안부 가해 당사국인 일본어판 출간을 앞두고 발생했다.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어 번역협력위원회’는 “지난해 6월 번역을 끝내고도 한국 정부의 예산 문제로 1년 넘게 일본어판을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며 18일 한 한국 내 사이트에서 크라우드펀딩(특정 프로젝트에 다수가 소액을 투자하는 방식)을 시작했다. 목표 금액은 424만 원으로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된다.

재일동포인 이양수 번역협력위원회 공동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일항쟁기 위원회가 올해 들어 ‘번역 감수 예산이 없어 출판을 못 한다’고 통보했다”며 “시민 참여를 시작해 이 책의 일본어판 출판을 독려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정부가 할 일을 일본 시민단체가 해 줘서 고맙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한 누리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증언록을 하루빨리 일본어로 번역 출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만에 목표치의 25%가 넘는 120만 원 정도가 모였다.

하지만 당국은 “(예산 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일항쟁기 위원회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록 출간을 미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번역 감수 과정에서 ‘새로 번역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와 일본어판 출간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번역협력위원회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