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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직장 다니는 엄마… 왠지 기분좋은 말만 해야할것 같아요

입력 | 2015-06-20 03:00:00

◇하나야 놀자 두리야 놀자/김녹두 글·김진화 그림/1만1500원·130쪽·문학동네




‘엄마 마중’은 1930년대 이태준 이후로 언제나 동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엄마의 부재란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죠. 그 부재가 단 몇 시간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길고 긴 시간입니다. 이때 부재란 것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아이와 엄마가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를 포함합니다.

주인공 하나가 그렇습니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할 말과 못 할 말을 골라내기 시작합니다. 엄마 기분 좋은 말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엄마를 위해 버스 정류장에 마중을 나갔지만,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엄마에게 야단만 맞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힘이 들어 밥만 차려 주고 소파에 털썩 앉더니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엄마가 잠들어 있으니 시계도 잠을 자나 봐요. 시계가 느리게 가니 심심해요.’(24쪽) 엄마가 없는 시간은 느리게 가는 법이죠.

이 책의 작가는 정신과 의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마음이 힘든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다양한 감정을 읽어 냈을 것입니다. 그에 걸맞게, 그의 동화는 사건의 진행보다는 아이들의 감정의 흐름을 천천히 풀어 쓰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한마디 말이 가진 속뜻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아이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방법으로 동화를 선택한 듯합니다.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시간, 아이들이 이런 동화를 읽으면서 어른들의 든든한 지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삽화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36쪽 잠이 스멀스멀 오는 그림과 41쪽 잠이 든 시간에 꿈이 현실과 정반대로 그려진 표현의 묘한 대비가 눈길을 끕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