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수출의 75%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위기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는 안방에서는 약진하는 수입차에 치이고, 밖에 나가서는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 신흥국의 자동차 수요 감소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1∼5월 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7% 줄었다. 기아차 역시 9.2% 급감했다. 급기야 현대차는 지난달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1, 2위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량이 각각 10.3%, 12.1% 급감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통계만 보면 현실은 암울하다. 과연 국내 자동차산업은 위기일까.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박사)에게 연락했다. 이 위원은 산업연구원 수송기계산업팀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자동차산업 전문가다.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아직도 7%대입니다. 일반 제조업은 5% 수준인데 7%대를 위기라고 볼 수는 없죠.”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1∼3월) 8.95%에서 올해 1분기 7.58%로 1.37%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BMW는 11.5%에서 12.1%로, 도요타자동차는 6.6%에서 8.9%로 올랐다.
―현대차를 포함해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위기가 아니라 판매 둔화입니다. 도요타는 2009∼2010년 미국에서 대량 리콜 사태 때 판매가 급감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습니다. 그런 게 위기죠. 도요타는 당시 위기를 정면돌파했습니다. 품질 개선에 집중한 것이죠. 도요타는 본원의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2년 만에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현대차도 이전에는 잘 했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제 7년 만에 반전이 일어나 ‘경쟁체제의 정상화’가 된 겁니다.”
―“경쟁체제의 정상화요?”
“도요타가 지난해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올해부터 설비 투자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제자리를 찾은 것이죠.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싸움인데요. 현대차가 불리합니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30조 원에 이르고 도요타는 R&D에 10조 원을 씁니다. 현대·기아차는 합쳐봐야 3조 원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자동차 연관 산업 R&D 투자액도 20조 원에 이릅니다. 산업기반이 아주 강하죠.”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의 안정성, 편의성과 친환경성, 반자율주행, 전장화로 흐름이 넘어가고 있어요. 이런 차들을 개발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여기서 도태되면 끝입니다.”
현대차도 올해부터 4년간 시설투자에 49조1000억 원, R&D에 31조6000억 원 등 총 80조7000억 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무인차,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에 R&D 투자의 상당액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법은….
“환율 때문에 어렵다고 부품업체에 전가하면 안 됩니다. 1차 부품업체의 영업이익이 3%대입니다. 여기서 납품가를 인하하면 일부 업체는 도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급망이 단절되는 것이죠. 리콜의 대부분은 사실 부품업체의 문제입니다. 품질 경영을 위해선 부품업체부터 잘해줘야 합니다. 좋은 노사관계도 중요합니다. 근로자의 손에서 자동차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도요타는 노사가 안정되고 협력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났습니다. 경쟁력을 위해선 이노베이션(혁신)과 스피드가 중요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신제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에 승부가 갈릴 겁니다.”
물론 밖에서 보는 것과 안(기업)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다르지만 귀담아들을 대목이 많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