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강수 포스코경영연구원 글로벌연구센터장
626년 왕위에 오른 당 태종은 토지제도, 과거제도, 부병제 도입 등을 통해 중앙집권적 지배체제의 기반을 닦은 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완성에 가장 힘을 쏟았다. 이는 중국을 천하의 중심에 놓으려는 중화사상 이데올로기의 국제적 지배를 의미했다. 당나라는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팍스 치니카’(Pax Chinica·중국 패권체제)를 형성했다.
시 주석도 취임 후 짧은 기간에 공산당 정치권력을 성공적으로 장악하면서 전면적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총리가 책임지던 경제정책을 직접 챙기고, 반부패 정풍운동도 주도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시 주석은 13억 중국인에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라는 대외정책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이러한 야심은 중국 고위 관리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비서장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해 중국이 지난 35년 동안 고도성장을 한 것에 못지않게 일대일로 전략이 새로운 35년을 향한 대외전략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에는 곳곳에 지뢰밭이 놓여 있다. 첫째, 세계시장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등 서방국들의 견제를 어떻게 피하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은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정치경제 동맹체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아시아 중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주변국 진출이나 영향력 확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둘째,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원국이나 주변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갈등구조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일방통행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이 어떤 리더십으로 이런 장애를 극복하면서 주변국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도 AIIB 회원국으로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어떤 전략을 가지고 대응할지 모색해야 한다.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과 리스크 차단을 위해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곽강수 포스코경영연구원 글로벌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