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메르스 굴레 언제 벗어날까
“힘내요” 서로 토닥토닥 2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 마련된 메르스 선별진료소 앞에서 의료진이 서로를 다독이며 격려하고 있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의 X선을 촬영했던 방사선사 한 명이 이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돌발 변수가 없다고 가정하면 7월 이후에는 산발적 신규 환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마지막 환자 발생일(6월 말 예상)로부터 28일(최대 잠복기의 두 배) 이후인 7월 말쯤엔 메르스 종식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국내 전문가 및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와 종식 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라며 “적어도 한 번이나 두 번 정도의 잠복기(28일) 동안 신규 환자가 없어야 종식 선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잠복기 이번 주 대부분 종료
각 병원 마지막 확진환자의 격리 시점으로부터 최대 잠복기(14일)가 이번 주에 대부분 종료되는 것도 조기 종식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21일까지 83명의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잠복기는 24일 종료된다. 76번 환자가 거쳐가며 추가 환자 발생의 우려가 높았던 건국대병원은 잠복기가 20일 종료됐고, 강동경희대병원은 22일 끝난다.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확진환자가 거쳐가면서 많은 접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부산 좋은강안병원(26일), 경남 창원SK병원(24일), 서울 양천 메디힐병원(22일)도 이번 주 최대 잠복기가 지나간다. 이 때문에 26일까지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신규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대 잠복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환자 증가세까지 급격히 줄면서 메르스로 격리 조치를 받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21일 현재 총 격리자는 4035명으로 전날보다 1162명이나 줄었다. 총 격리 해제자도 8812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제3의 진원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열흘 동안 환자 이송을 담당했던 삼성서울병원의 이송요원(137번 환자), 강동경희대병원의 투석 환자(165번),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141번 환자 등과 접촉한 사람 중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확률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의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 투석실에서 어떤 감염이 이뤄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슈퍼 전파자 후보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165번 환자와 투석실에서 접촉한 약 100명을 병원 격리병상에 입원시키면서 투석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병원 8층부터 12층까지 머물던 기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그 공간에 투석실 접촉자들을 입원시키기로 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65번 환자와 투석실에서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격리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며 “기존 환자 전원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삼성서울병원 24일 부분 폐쇄 종료 문제없나?
일각에서는 일부 환자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부분 폐쇄 조치를 24일 이후에도 이어가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병원 암병동에서 아내를 간호하다 감염된 166번 환자,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은 115번 환자와 비뇨기과 외래 환자의 보호자인 141번 환자도 감염 경로가 불확실하다. 이들로부터 추가 전파가 이뤄졌을 경우 24일 이후에도 신규 환자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