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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반환-환경 등 非정치분야부터 협력을”

입력 | 2015-06-23 03:00:00

수교 50주년 한일관계 韓-美-日-獨 석학대담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와 아라이 신이치 일본 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베르너 페니히 독일 베를린자유대 명예교수(왼쪽부터)가 22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회의실에서 한일관계 해법을 주제로 대담을 갖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국 일본 미국 독일의 4개국 한일관계 전문가들이 모여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날 한일 정상은 자국(自國) 주재 상대국 대사관에서 치러진 기념행사에 교차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사죄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3국이 상호 협력의 경험을 쌓아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한일협정 50년의 성찰과 평화공동체의 모색’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대담은 재단 회의실에서 이장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교수=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와 관련해 일본 일반인의 역사 인식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라이 교수=최근 도쿄 코리아타운에서 공격적인 혐한 시위나 ‘헤이트 스피치’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제재하지 않고 있다. 조선인학교 학생에 대한 차별대우 등을 보아도 일반인의 인식에 제국주의 의식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것 같다. 이는 식민주의 청산을 경시하는 역사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교수=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동북아에서 ‘한중 vs 미일’의 갈등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구도가 향후 동북아에서 역사 화해와 평화공동체 성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더든 교수=아베와 그의 지지자들은 동북아 역사 이슈를 안보 이슈로 전환해 마치 한중 대 미일 블록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겉만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런 대치 상태를 얘기하는 것은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화되는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페니히 교수=중국이 예전의 패권적 지위로 되돌아가려고 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지금의 중국은 옛날의 중국과 다르다. 초강대국 미국이 동아시아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부상은 그리 염려할 것이 못 된다. 중국이 아직 정치적으로는 ‘사춘기’에 머물러 있어 미국 등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과거사를 시인하고 한국과 협력해 세력균형을 이루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이 첨예한 역사 문제보다 환경이나 이민 문제처럼 서로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류를 우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든 교수=페니히 교수 의견에 공감한다. 과거 중국이 동아시아 중심에 있을 때에는 환경 문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환경 이슈뿐만 아니라 비핵화 등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울릉도에 있는 기후 변화 감시소를 가본 적이 있는데 이런 기후 변화 모니터링에서 3국이 함께 협력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 교수=이 밖에 동북아 3국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달라.

▽더든 교수=워싱턴의 당국자들은 듣기 싫어하겠지만 미국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실 미국은 베트남전 발발로 한국에 투입한 군사 자원을 베트남으로 돌리기 위해 1965년 한일협정 체결을 양국에 압박했다. 여러 잠재적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이 개입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페니히 교수=독일의 과거사 청산은 종교인 등 여러 계층이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소수의 정치인이 모든 걸 해결해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 특히 동아시아 젊은이들의 참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은 케이팝처럼 다른 나라를 끌어 모을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동아시아 3국이 한자문화권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교수=8월에 발표될 아베 총리의 담화는 과거사를 시인한 고노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에 끼친 고통을 재확인하고 진정한 반성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 또 한일 역사 화해를 정부에만 맡겨선 안 되고, 시민사회가 주도해야 진정한 역사 화해와 동북아 평화공동체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