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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른 美의 질병정보 공개

입력 | 2015-06-23 03:00:00

[제2의 메르스를 막아라]
400쪽 매뉴얼 제1원칙이 “Be first”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 토머스 덩컨. 그는 45세의 라이베리아 국적 남성이었으며 수도 몬로비아의 한 운송 업체에서 근무했다. 2014년 9월 20일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를 방문했고 열흘 뒤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덩컨 씨의 미국 숙소는 댈러스의 페어오크스 대로에 위치한 아이비 아파트단지 614번지. 텍사스 보건 당국은 감염 우려가 있는 10명을 격리했다. 환자의 이름, 주소, 나이부터 동선까지 모든 정보가 확진 판정 일주일 만에 공개됐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 보건 당국의 정보 공개는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는 가능한 한 빨리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CDC는 400쪽이 넘는 분량의 ‘위기·긴급·위험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갖추고 있고, 센터장 직속으로 일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도 있다. 반면 한국 질병관리본부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전담하는 부서는 물론 정식 대변인도 없다.

CDC의 매뉴얼은 위기 상황에서 지켜야 할 6가지 원칙을 가장 먼저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강조되는 원칙은 바로 ‘신속(Be first)’이다. 매뉴얼은 ‘위기는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다. 빠른 정보 전달이 모든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장 먼저 제공되는 정보를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기 때문이다’라고 신속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CDC의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에볼라 발병 당시 힘을 발휘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의사 켄트 브랜틀리 씨가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에 이송됐을 때도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 준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병관 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감염병 유행 시 발생하는 패닉 현상은 실제 위험을 사람들이 더 과장되게 인지하는 데서 발생한다”며 “미국 CDC는 국민이 왜 두려워하고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준 반면, 한국은 보건 당국이 이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재훈 ‘박재훈 PR컨설팅’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있어도 그것을 관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만들 때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함께했으면 혼란이 더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kimmin@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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