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6월의 주제는 ‘호국보훈’]<116>암호보다 어려운 軍은어
군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 인기를 모았던 tvN 드라마 ‘푸른 거탑’의 한 장면. tvN 화면 캡처
올해 초 강원도의 모 부대로 배치된 김모 육군 소위(25)는 부하 장병들이 사용하는 ‘외계어’가 아직 불편하다. ‘꿀빤다(편하게 지낸다)’ ‘나라시(평탄화작업)’ 등 비속어나 일본식 표현은 물론이고 신세대 병사들의 무분별한 말줄임 표현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소위는 “‘사지방(사이버지식방) 가서 짤방(캡처 사진)을 구해오겠다’는 병사의 보고를 받고 한참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올해 3월 잘못된 언어습관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립국어원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9월까지 ‘병영언어 순화 지침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일본어식 표현, 무분별한 외래어, 군대 은어 등을 쫓아내기 위해서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력해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언어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바른 병영언어 생활화를 위한 ‘언어개선 선도부대를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20개로 늘렸다. 육군 관계자는 “언어문화 개선, 언어폭력 예방 유공자에게 휴가, 외출, 외박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그만 결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언어개선 선도부대로 활동한 육군 61사단 소속 김윤호 소령(39)은 “장병들의 비속어와 은어 사용이 크게 줄었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상호존중과 배려의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모 상병은 “수시로 욕설을 하던 선임병들이 전역 때까지 거의 욕설을 하지 않아 생활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 부대는 외부강사 초빙교육과 함께 병사들이 잘못된 군 용어사례를 손수제작물(UCC)로 만드는 등 다양한 언어순화 캠페인을 벌였다. 부대 관계자는 “바른 언어 사용이 병영을 살리는 묘약임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