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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의약]하이디 왕이 만든 노르웨이의 혁신적 치매 솔루션

입력 | 2015-06-24 03:00:00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 이야기〈2〉




노르웨이 치매 환자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돕는 통합치료센터인 노엔(NOEN)의 설립자, 하이디 왕이 치매 환자와 함께 맞춤식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치매 환자는 총 43만 974명으로, 전년도 38만2017명에 비해 12.8% 늘어나는 등 한국의 치매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루 종일 곁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의 간병 살인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이미 한국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노르웨이의 사회혁신기업가인 하이디 왕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서 준비해야 할 치매 문제의 시사점을 던져준다.

노르웨이의 사회혁신기업가 하이디 왕은 아버지의 치매 진단 후 정부로부터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하자, 치매에 대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이때 하이디 왕은 치매 치료를 위한 적절한 의료적 지원이나 네트워크가 부재해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2008년 치매의 조기 진단과 예방을 돕는 통합치료센터인 ‘노엔(NOEN)’을 설립했다. 이곳에선 치매 환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장기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노르웨이의 전체 치매 환자 8만 명 중 초기 치매환자는 2만 5000명에 이르고 있으나, ‘치매 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초기부터 치매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환자는 여전히 많지 않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와 주변인의 역할에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노엔에서는 치매 조기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통해 치매 환자 스스로가 치료에 참여하는 능동적 역할을 부여하고, 가족들이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게 한다. 이에 일주일에 두 번씩 치매 환자들이 스스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신체 및 정신 회복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치매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한다.

특히, 치매 치료의 첫 단계로 환자와 가족들을 모두 참여시켜 지도를 그리는 매핑 작업이 중요하다. 치매 전후의 삶을 대응시키는 매핑 작업을 통해 치매 환자 개개인의 성격과 꿈, 잠재력, 취미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치매 환자를 돕는 돌봄이들이 숙지함으로써, 이를 통해 치매 환자들이 돌봄이를 낯선 사람이 아닌 편안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또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노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환자들이 불만족스럽게 느끼는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업데이트한다.

더불어 환자가 병원과 집에서만 머물지 않고 야외에서의 여가 활동을 하도록 독려하는, 지역사회 내에서의 짧은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재까지 ‘노엔’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200여 가정이 혜택을 보았으며, 치매 환자들의 평균 자택 거주 기간이 2년 연장되었고 노르웨이 국가적으로도 헬스 시스템 구축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디 왕의 치매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돕는 통합치료센터와 같은 사회적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아쇼카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더 많은 사람의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 ‘Making More Health’의 지원을 받고 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블로그(mmh_korea.blog.me/)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