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
지난 일요일 서울 신월야구공원 내 야구장. 8년째 전용구장이 없는 아마야구는 프로야구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그나마 대회 일정의 앞부분인 1, 2회전은 무료 입장 공원인 신월에서 치러진다. 야구관계자 수와 엇비슷한 관중을 바라보던 주성로 전 인하대 감독(넥센 스카우트 팀장)은 “고교야구가 되살아나려면 한 번 죽었다가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말인즉슨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된다는 한탄이다.
황동훈 전 동국대 감독은 격분했다. “프로야구에 밀려 방송 중계도 예전처럼 하지 않고, 야구장은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니 팬들이 언제, 어디서 경기가 열리는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몇 달 뒤면 프로에 갈 아이들에게 공부하면서 야구 하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요.”
그렇다면 고교야구를 부활시킬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2009년 작고한 박용오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과외만 없어지면 된다”고 설파했다. 아주 명료하면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백년대계인 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당장에 실현 불가능한 얘기란 게 슬프다.
신월에 모인 야구인들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로 흘러갔다. 전용구장 문제는 내년에 고척 돔구장이 개장하니 목동을 쓰든, 고척을 쓰든 풀린다. 무엇보다 중계가 시급한데 방송사들이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는 고교야구를 선뜻 중계할 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스포츠 전문채널인 SPOTV가 10년간 고교대회의 주요 경기를 중계하기로 대한야구협회와 합의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부터 적용되는데 총 4경기를 중계한다. 결승전은 채널A도 함께 중계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턱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 관련 일자리가 터져야 한다. 프로에 진출하는 인원은 극히 제한돼 있으니 실업과 직장, 그리고 대학리그가 활성화돼야 한다. 병역 특례를 확대하고, 선수 출신이 입사 지원을 할 때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등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얘기도 나왔다. 체육인들이 똘똘 뭉쳐 선거 때 체육 관련 공약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체육인들은 그동안 거수기 역할만 했지 압력 단체로서의 기능은 못했다는 후회였다. 푹푹 찌는 날씨만큼이나 답답한 하루였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