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후보군 물밑경쟁 치열

부산은행이 롯데그룹과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가 하면 미래에셋증권, KG이니시스도 ‘출사표’를 내는 등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과연 누가 인터넷전문은행 1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 금융권-ICT 업계 치열한 물밑 경쟁
2금융권에서는 증권사들이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호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22일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ICT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포함해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키움증권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기로 결론을 내리고 올해 1호 경쟁에 뛰어들지, 내년에 설립할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대주주는 IT 회사 다우기술로 현행법상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올해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은행 지분소유 제한을 받는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 8곳은 금융투자협회 산하에 TF를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공동 출자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향후 경영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단독으로 설립 추진을 원하는 곳이 많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ICT 기업 가운데는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사를 밝힌 가운데 SK C&C와 LG CNS 등 금융권 전산망 사업을 진행해 온 기업들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G이니시스와 다날 같은 결제전문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KG이니시스는 앞서 2월 엔씨소프트와 핀테크 사업을 위한 제휴를 한 바 있어 엔씨소프트의 관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 인터파크와 KT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결국 은행과 증권사, ICT 기업들이 뒤섞인 컨소시엄 간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 매력적인 컨소시엄을 만들기 위한 주주 구성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미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ICT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합종연횡은 시작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안이 나왔으니 이제 금융사들과 기업들 사이에 짝짓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일부 ICT 기업에는 여러 금융사에서 앞다퉈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금융회사와 ICT 기업들은 인가권한을 가진 금융위가 어떤 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풀기로 한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올해 일단 현행 규제에 맞춰 1, 2곳에 시범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1호의 주인공으로 가장 기대하는 곳은 IC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다. 은행과는 전혀 다른 DNA를 가진 ICT 기업이 보수적인 금융권에 진입해 새 바람을 일으켜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핀테크 혁신 가능한 주주구성이 관건 ▼
“1호 인터넷은행 잡아라”
기존에 은행을 운영하지 않던 2금융권에 대해서도 환영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미래에셋증권과 교보생명 등 2금융권의 자금력 있는 금융사들에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은행이 중심이 되는 인터넷전문은행에는 부정적인 견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 발표 당시 브리핑에서 “은행이 중심이 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소망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인터넷뱅킹을 제공하고 있는 기존 은행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최대한 많은 산업자본, 제2금융권 파트너를 주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매력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기존 은행에 대한 ‘마이너스’ 점수를 극복하려는 셈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정임수·김기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