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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부천시 ‘끝장토론’ 거쳐 규제개혁 이끌어냈다

입력 | 2015-06-25 03:00:00


23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신한일전기 공장 마당에서 30년 민원을 해결해 공장을 증·개축하기로 한 업무협약식이 진행되고 있다. 부천시의 ‘행정규제 개혁 1호’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신한일전기㈜는 행정규제로 공장 증설을 할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부천시가 국토교통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등 여러 부처와의 ‘끝장 토론’을 거쳐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 이런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이 기업은 지난 50년간 ‘한일 자동펌프’ ‘짤순이’ ‘한일 선풍기’ 등 인기 제품을 선보이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어 생산라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부천시와 신한일전기는 23일 회사 마당에서 ‘공장 증·개축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열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이 자리에서 잘못된 관료주의로 인해 30년간 피해를 본 회사 측에 고개를 숙였다. 김 시장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책상에서 30cm 줄자로 선을 그어 공장 터를 주거지와 공업지역으로 나눴다. 이 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장을 짓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고용 창출을 막아왔다”고 지적했다.

신한일전기는 경인전철 소사역 인근의 소사구 중동로 2만3441m² 터에 16개 공장동과 5개 사무동 건물을 갖추고 있다. 1964년 공장이 설립됐고, 1976년 건설부 고시에 따라 공장 터의 50%가량이 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공장 절반은 준공업지역으로, 나머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나뉜 것. 주거지에 속한 2층, 총면적 6000m² 규모의 본관 공장이 붕괴 위험이 높다는 판정을 받아 증·개축을 하려 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 2000년부터는 생산라인을 거두고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공장 건물 대부분이 1970년대 초에 건립돼 안전에 문제가 많다. 주거지에서 공장 증설을 못하게 하는 규제로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 별도 공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장 분리로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경영효율도 떨어지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신한일전기의 애로사항이 2005년부터 지역사회에 부각됐지만 아무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부천시는 지난해 7월 ‘규제개혁추진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 문제를 ‘규제개혁 대상 1호’로 삼았다. 산자부에 공장 증·개축 가능성을 질의한 뒤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세 차례 열었다. 경기도 주선으로 국토부에 용도지역 변경을 요청한 데 이어 행자부 주관의 ‘끝장토론회’ 의제로 설정되도록 했다.

국토부는 결국 지난달 훈령 제488호를 근거로 ‘도시기본계획 변경 없이도 부천시의 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용도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공문을 시에 보내왔다. 수도권 규제에 따라 주거지에서의 공장 신·증설 행위를 일절 못하게 하지만 불합리한 행정처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준 것이다.

이 회사는 본관 등 노후 건물을 모두 허물고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부천 공장에서는 고층 급수용 부스터시스템 펌프, 산업용 펌프, 선박용 펌프 등 대형 펌프를 주력 생산품으로 삼아 수출시장을 개척해 나가기로 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