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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재인의 ‘친노 천하’가 패권주의 아니면 뭔가

입력 | 2015-06-25 00:00:0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범친노계(정세균계) 3선 의원인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역시 범친노계인 강기정 정책위의장을 유임시키고 측근 노영민 의원을 특보단장에 앉힐 것으로 알려졌다. “당을 깨자는 거냐”며 강력 반대하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당의 안쪽에 열쇠를 잠갔다”며 어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문 대표가 비노와 통합은커녕 “나갈 테면 나가 보라”며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기세다.

최 의원은 동국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2기 간부를 지낸 운동권 486이다. 이 원내대표가 김한길 전 대표로부터 “최 의원이 모 의원을 국회 빈방으로 따라오라고 해서 팼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최 의원은 물론 폭행당했다는 의원도 부인하고 있지만 공당(公黨)에서 이런 얘기가 나도는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최 의원이 2012년에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공천을 통한 인적쇄신의 적격자라고 했다. 실제로는 내년 4월 총선 공천에서 칼자루를 휘두를 사무총장 자리는 자신의 뜻대로 임명하겠다는 문 대표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호남과 비노 세력에 대한 당파적 물갈이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총선에서 일절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당 대표 선거 당시 약속은 빈말이 될 공산이 커졌다.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전패한 직후 문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서도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한 뒤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제 보니 문 대표가 말한 혁신이란 당내 계파와 패권주의를 타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친노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것 같다. 혁신위원회가 그제 내놓은 1차 혁신안도 김상곤 위원장이 강조한 ‘정체성’을 기준으로 친노 인사 공천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19대 총선 공천을 친노 일색으로 했던 한명숙 대표 때의 ‘도로 열린당’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이 친노 패권주의 본색을 드러낸다면 새정치연합은 분당(分黨)을 향해 내달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