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당초 용산 참사를 소재로 했다고 알려졌던 ‘소수의견’은 영화 첫머리에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등장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영화에서 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은 철거 현장 농성 도중 경찰관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호를 맡는다. 실제로는 당시 농성 주도자 7명이 화염병을 던져 경찰을 다치게 하거나 목숨을 잃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용산 참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이나 재판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소재로 삼았다. 검찰이 변호인단의 수사기록 열람을 거부하거나 변호인단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자 증인 60명을 신청해 참여재판을 무산시키려 시도하는 것 등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청와대가 용산 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덮기 위해 강호순의 연쇄살인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경찰에 내려 보냈다는 김유정 당시 민주당 의원의 주장도 사건 이름만 바뀐 채 등장한다.
실화 영화는 화제가 됐던 사건을 소재로 하는 만큼 흥행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 때문에 ‘역풍’을 맞기도 한다. 특히 ‘소수의견’과 ‘연평해전’은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뤄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다. ‘소수의견’은 2013년 제작을 모두 마쳤지만 개봉이 2년 이상 미뤄졌고 ‘연평해전’은 제작에만 7년이 걸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정치적 논란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소수의견’은 법조계의 이면과 법정 공방을 긴박감 있게 담아낸 법정드라마, ‘연평해전’은 전투에 참가했던 대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전쟁에 대한 공포를 그려낸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은 “원작 소설에는 사망한 철거민의 아들이 경찰 여러 명에게 구타당한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철거민 박재호와 그 아들이 경찰 2명과 충돌하는 것으로 설정했다”며 “기계적일지라도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역시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의 현실 그대로를 본다면 뭔가 합일점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실화 영화는 잘 아는 사건의 뒷얘기나 새로운 해석을 보는 재미를 주고 사실을 바탕으로 흐트러지지 않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영화화에 제약이 많고 관련자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