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 메르스에 얼어붙은 관광산업
메르스 영향으로 국내 관광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국내 여행을 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줄면서 여행사, 숙박시설, 관광지는 물론이고 요식업계와 유통업계 등도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요 관광지의 관광객 수는 5월과 비교해 50∼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곳은 전남 곡성군 섬진강 기차마을로 지난달과 비교해 방문객이 87.2% 줄었다. 한국민속촌(―80.4%)과 순천만 생태공원(―79.1%), 강원 ‘뮤지엄 산’(―70.1%)을 찾는 이들도 크게 줄었다. 6월(1∼16일)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 수도 54만9095명으로 전년에 비해 3.1%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서울 명동 식당가는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린다. 하루에 단체 손님을 10건도 넘게 받았던 명동의 한 고깃집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인근 대기업 회식 예약까지 모두 취소되면서 하루에 예약 손님이 하나도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 식당의 점원 황모 씨(46)는 “최근 손님이 줄어들어 잘릴까 봐 눈치만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근의 한 분식점 주인은 “식당 매출이 40% 줄면서 식재료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며 “인근 식당에 달걀이나 쌀을 대는 곳들은 영업난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는 내수 부진으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게도 직격탄이 됐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진흥공단의 긴급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등 수도권 지역의 문화관광형 시장은 매출이 최대 80%까지 줄었다. 주말 저녁이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던 광장시장 등 대표적인 먹자골목 상권들도 텅텅 비었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충북 옥천군에서는 지역 내 3개 전통시장을 아예 폐쇄하기도 했다. 광장시장에서 수십 년간 영업해 온 한 50대 상인은 “경기가 안 좋아 점점 손님이 줄고 있었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 매출이 아예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련회나 수학여행 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메르스 발생 직후 학교 수련회나 수학여행 등 학생들이 참가하는 단체행사를 일제히 취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가 학교 등 단체행사 성수기라 관련 업계의 피해가 크다. 한국청소년사회교육시설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 기간 단체 예약의 90% 이상이 취소됐다.
문제는 수련회 관련 시설을 운영하는 200여 업체 가운데 대다수는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업체라는 점이다. 이 협동조합에 따르면 6월(15일 기준) 들어 회원사 56곳의 예약 취소에 따른 손실 규모가 10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 8월 예약된 행사까지 취소될 경우 그 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숙박시설이나 여행사와 달리 취소 수수료가 없어 업체의 손실이 더욱 크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성모·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