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파장]
가운 위에 방역복, 그위에 또 수술복… ‘3겹 무장’ 의료진 7시간 사투 肝이식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20일 방역복과 수술복을 총 세 겹 입은 채 메르스 능동 감시자인 전모 씨(72)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이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은 건 19일 오후. 다른 병원 서너 곳이 같은 문의를 받은 뒤 거절한 상태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급하게 회의를 열어야 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대구에 사는 전모 씨(72)는 간경화와 ‘원발성 담도 경화증(지속적인 염증으로 담도가 망가지는 병)’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 올해 초부터 증상이 악화됐고, 간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전 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뒤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전 씨가 1일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를 받았다는 것. 사태가 불거지자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의 접촉자 범위를 최대한 넓게 선정해 관리를 시작했고, 전 씨는 능동감시 대상자가 됐다. 메르스 확진자나 의심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면 ‘자가격리 대상자’가, 직접 노출되지 않은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며 증상 모니터링을 받는 능동감시 대상자가 된다.
전 씨에게 메르스 증상은 없었지만, 간과 콩팥 기능이 11일경 급속도로 나빠졌다. 간 이식이 급하게 필요해지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마침 간을 기증해줄 뇌사자도 나타났다.
보통 간을 이식받을 땐 담당 의료진이 뇌사자가 숨진 병원에 가서 환자에게 이식할 간을 적출해 와야 한다. 하지만 뇌사자가 머물던 병원은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방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전 씨를 받아 수술을 집도해 줄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병원 서너 곳의 거절 끝에 분당서울대병원에 노크를 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최영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당시 환자는 ‘뇌사자 응급도 1위’였다. 즉 빨리 간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컸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병원 감염관리실에서 환자의 감염 위험도가 낮고, (감염) 표준 지침을 잘 지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해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전 씨는 음압 격리된 중환자실에서 방역복과 N95마스크를 낀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의식이 깨어나 인공호흡기도 분리했다. 콩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혈액 검사 지표가 나아지고 있는 등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교수는 “(감염 관련) 지침과 지금까지의 노하우,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으로 (메르스) 두려움을 훌륭히 극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