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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울산시설관리공단의 ‘모멸감 주기’ 좌천인사 논란

입력 | 2015-06-26 03:00:00

“무사안일 직원들 현업서 배제”… 지난해 ‘현장서비스지원단’ 발령
쓰레기 줍기-화장실 청소 등 시켜
노동위 “원직복직” 판정에 불복… 변호사비 부담하며 소송으로 맞서




“아무리 밉보였다고 모멸감까지 주며 내쫓으려 해도 되나요?”

24일 오후 울산 남구 문수실내수영장 1층의 한 사무실. 울산시설관리공단 산하 울산하늘공원 전 관리단장 최형문 씨(58)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수영장과 축구장 등이 있는 문수체육공원에서 쓰레기 줍기 등을 하다 무더위를 피해 잠깐씩 이 사무실에서 쉰다”고 말했다. 60m² 남짓한 사무실에는 장갑 등 작업용구를 두는 탁자와 휴식용 소파만 놓여 있었다.

최 씨는 원래 이사장과 본부장에 이어 공단 직원(360여 명) 가운데 ‘서열 3위’인 2급(4명)이었다. 그런 최 씨는 현재 허드렛일을 하며 공단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직 복직’ 결정을 내렸으나 공단 측이 불복하고 지난달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종합 장사(葬事) 시설인 울산하늘공원 관리단장이던 최 씨는 지난해 11월 동료 7명과 함께 공단의 ‘현장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났다. 울산대공원과 문수체육공원에서 쓰레기와 낙엽 줍기,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 당시 발령자 중에는 임신 중인 여직원도 있었다.

현장서비스지원단은 지난해 10월 울산시 경제통상실장 출신인 최병권 이사장(65) 부임 직후 발족됐다. 울산시가 2007년 1월 ‘무능 공무원 현업 배제’를 위해 시행한 시정지원단을 모방한 것이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인사명령 구제 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최 씨의 손을 들어주며 원직 복직 조치를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공단 측은 올 2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 역시 4월 공단 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현장서비스지원단 파견 발령이 ‘업무상 부득이하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성 조치에 해당되며, 고위직인 최 씨를 화장실 청소 등 단순 업무를 수행토록 한 것은 수치심을 유발하는 등 정신적 불이익을 줬다’는 등 9개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공단은 이 결정에도 불복해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 측은 그동안 최 씨를 원직 복직시키지 않는 데 대한 강제이행금(330만 원)과 수백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노무사 선임 비용까지 감수하면서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단 측은 “비효율적인 인사 운영,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적폐를 쇄신하기 위해 공정한 평가를 거쳐 최 씨 등 현장서비스지원단 발령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최 씨가 단장으로 재임하던 2013년 하늘공원이 내부 평가에서 공단 산하 10개 부서 가운데 1위, 최 씨도 관리자 리더십 부분에서 100점으로 1위를 차지했기에 객관성이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5년 1월 계약직으로 공단에 입사한 최 씨는 2007년 1월 일반직으로 전환됐고 내년 말 정년을 맞는다. 최 씨는 “쓰레기를 줍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아는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수치심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부당 노동 행위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와 함께 현장서비스지원단으로 발령 난 동료 7명 가운데 1명은 사직했고 4명은 복직(1명 출산 휴가, 1명 산재 요양)했다. 나머지 2명은 최 씨와 함께 여전히 ‘근무 중’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