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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죄 아직 못받았는데”… 6월에만 세 분 하늘로

입력 | 2015-06-26 03:00:00

위안부 피해자 김연희 할머니 별세
남은 49명도 대부분 80대 후반




영정 속 할머니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그리운 고향일지 한 맺힌 일본 내 위안소일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할머니가 사과나 보상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용서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연희 할머니(83·사진)가 24일 별세했다고 25일 밝혔다. 11일 사망한 김외한, 김달선 할머니에 이어 김 할머니까지 세 명의 할머니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9명으로 줄었다.

할머니는 광복 13년 전인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5세 때 서울로 이사 온 할머니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도중 일본인 교장의 손에 붙들려 고작 12세이던 1944년 일본으로 끌려갔다. 학교당 2∼3명이 차출되던 그때 할머니의 아버지가 전쟁을 피해 중국으로 갔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기구한 삶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일본 도야마 현에 있는 항공기 부속 공장에서 9개월 동안 일을 한 할머니는 아오모리 현 위안소에서 7개월여 동안 위안부로 처참한 시간을 보냈다. 광복 후 그렇게 기다리던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위안소의 기억은 할머니를 정신병원으로 향하게 했다. 할머니는 이후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살다가 경기 용인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말년을 보냈다.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영등포 신화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26일 발인을 마친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다수가 영면해 있는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25일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일본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올해 들어 벌써 여섯 분이나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과 슬픔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34명이다. 남은 49명도 대부분 80대 후반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고령으로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강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