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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이 가른 아프리카 에볼라 퇴치

입력 | 2015-06-26 03:00:00

[제2의 메르스를 막아라]
지역사회 적극 협조 라이베리아, 종식 선언
격리자 멋대로 이동 시에라리온, 계속 번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9일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퇴치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3월 28일 마지막 환자 발생 이후 42일간 환자가 발생하지 않자 이같이 공식 선언한 것. 반면 인접국인 시에라리온과 기니에서는 지금까지도 한 주에 10명 이상씩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WHO는 라이베리아가 이웃나라에 비해 서둘러 에볼라를 퇴치할 수 있었던 까닭으로 정부의 결단력과 함께 국제적인 인적·물적 원조를 꼽으면서도, 지역사회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 또한 19일 국내 기자회견에서 “지역사회의 협조가 라이베리아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에볼라를 빨리 퇴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베리아도 처음부터 지역사회가 에볼라 방역에 협조적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자국민을 잡아다 실험을 한다”라는 식의 악성 루머가 번지면서 국민들이 에볼라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일이 빈번했다. 보호복을 입은 외국인 의료진이 마을을 찾으면 돌을 던지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건도 있었다.

국민들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엘런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에볼라의 역학적 특성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설명하면서 격리를 비롯한 보건당국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라줄 것을 요청했다. 또 병원의 벽을 투명한 소재로 바꿔 환자가 치료 받는 모습이 훤히 보이도록 해 병원에 대한 루머를 종식시켜 지역사회의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볼라 감염환자가 발생 중인 나라들은 어떨까.

2월 시에라리온으로 의료지원을 다녀온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선 내에서 에볼라로 인한 사망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물고기를 팔기 위해 어시장에 가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 그는 “자가격리자가 주술 행위에 참가하기 위해 다른 마을로 이동해 에볼라를 퍼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에라리온 정부가 사람들을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강수까지 두고 있지만 통제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며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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