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 강동성심병원 새로운 진원지 되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여부를 가를 중요 변수로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이 부각되고 있다. 173번 환자(24일 사망)가 이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접촉이 의심되는 조사 대상이 2135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 173번 환자를 비롯해 76번 환자에게서 감염된 환자들이 경유했거나 발생한 서울 동부지역 병원들이 파행 운영을 겪으면서 이 지역에 의료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긴장 속 강동성심병원 임시진료소 2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임시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173번 환자(70)가 강동성심병원에서 확진받기까지 2135명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5일 현재 이 지역 건국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이 응급수술을 제외한 외래, 입원, 응급실 진료가 중단된 상태다. 170번 환자가 확진을 받은 서울 동부 인근 한양대 구리병원도 23, 24일 응급실을 폐쇄했다가 25일 오전 8시 운영을 재개했다. 현재 이 지역 대형병원 중 서울아산, 중앙보훈, 경찰병원에서만 응급실 진료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타 지역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들은 그만큼 시간이 더 걸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최혁중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응급실의 잇단 폐쇄로 심근경색, 뇌중풍, 심장마비 환자 등 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이 우려된다”며 “급성충수염(맹장염) 환자 등도 선별진료소를 거치며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보건당국은 강동성심병원과 건국대병원 외래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25일부터 전화 진찰과 팩스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조치를 허용했다. 조종희 강동구보건소장은 “24일 서울시에 응급환자 이송 관련 협조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메르스 감염 사태의 추이에 대해 “강동성심병원에서 173번째 환자분이 접촉하고 활동했던 동선이 굉장히 넓다”며 “이 병원의 상황을 지켜봐야 앞으로 추이가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73번 환자는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76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하지만 당국이 76번 환자와 관련해 173번 환자를 조사 대상에서 누락시키면서 문제가 생겼다.
173번 환자는 서울 강동지역 여러 병원을 거쳤고, 강동성심병원에서도 여러 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만큼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자는 10일 증세가 나타나 지역 4개 병원(목차수내과, 상일동 본이비인후과, 강동신경외과, 강동성심병원)을 거쳐 22일 강동성심병원에서 확진을 받았다. 강동성심병원에서도 외래, 입원, 중환자실 진료까지 받았다. 환자는 확진을 받은 뒤 이틀 만인 24일 숨을 거뒀다.
대책본부는 응급실 감염 방지를 위해 앞으로 환자, 보호자 등 응급실 방문자가 방문 기록을 남기도록 일선 병원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권 반장은 “현재는 의무 규정이 아니며, 의료법을 개정해 법령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메르스 신규 환자는 부산 좋은강안병원에서 발생한 180번 환자 1명이며, 사망자는 173번과 45번 환자(65) 등 2명이다. 180번 환자는 좋은강안병원에서 143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었다. 부산지역 병원에서 감염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민병선 bluedot@donga.com /천호성·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