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국회법 거부권 행사하며 “여야 구태정치” 맹비난… 정국 급랭
12분 동안 직격탄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격앙된 표정으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12분에 걸쳐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나머지 국민의 신의를 저버린 구태정치에 빠져 있다”며 국회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특히 유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여당 원내사령탑도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즉각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청관계의 회복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당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면서 정책을 풀어나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5시간 동안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고 유 원내대표의 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상당수 의원은 반대했다.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저와 청와대 사이에 소통이 모자란다는 부분에 대해 걱정과 질책을 했는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당청 갈등이 이대로 봉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박 대통령이 탈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사퇴해 여당 지도부의 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적반하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메르스를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왜 국회를 헐뜯고 있는가. 꼼수는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