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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반성없이 남탓만… 낯뜨거운 정치권

입력 | 2015-06-27 03:00:00

靑 “배신의 정치 발언의 엄중함을 與 아직 몰라”
與 친박 7인 긴급회동 “유승민 사퇴를”… 내분
野 “심판 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사과해야”




정치권이 ‘거부권 정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에게 거부당한 국회는 26일 올스톱됐다. 갈등과 반목의 악순환 속에 내수경기 침체로 허우적대는 민생은 설 땅을 잃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내 탓이오”라며 반성하는 목소리는 없다. ‘남 탓’만 남은 ‘후안무치(厚顔無恥)’ 정치권이 바로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여권은 사실상 내전(內戰)에 돌입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서다. 전날 5시간 가까이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어떻게든 그를 밀어낼 태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7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친박계 맏형인 서 최고위원에게 일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고 있는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함께 물러나고 중립을 취하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까지 행동에 나설 경우 김무성 대표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 친박계는 다음 주초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에 대해 화가 많이 난 정도가 아니다. (유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인 거다”라고 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관계를 “깨진 유리잔”에 비유하며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책임지길 거부한다면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엄중함을 새누리당이 아직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재에 나서려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경고로 볼 수도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여권 안팎에선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몸을 더욱 낮췄다. 그는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인사말에서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그는 “정작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며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을 향한 독기 어린 말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로 향한 화살을 청와대로 돌린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에서) 요청과 요구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적극 반박하며 “적절한 기회에 대국민 메시지를 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거부권 정국’은 한 달 전부터 예견됐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예견된 참화(慘禍)에 속수무책인 여권을 보며 과연 국정 운영 능력이 있느냐는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배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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