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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반대 때문에” 선진화법 타령만… 무기력 드러내

입력 | 2015-06-27 03:00:00

[남 탓만 하는 정치권/朴대통령 여야 비판 이후]




“국회선진화법 아래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국회 사정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누리당 지도부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정국’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야당의 ‘법안 끼워 팔기’ 관행과 경제활성화법안의 장기 표류를 들어 정치권을 비판한 것은 여야 합의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모른다는 볼멘소리이다.

실제로 18대 국회에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 탓에 19대 국회부터 과반 의석을 가진 다수당이 자력으로 법안 처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회 의석의 5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슈퍼 여당이 출현하지 않는 한 야당이 무작정 버티면 다수결 원칙도 통하지 않는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봉쇄됐다.

상황은 어렵지만 새누리당은 제3의 대안을 찾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보다 부대조건을 내거는 130석의 새정치민주연합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는 게 문제다. 2013년 최경환 원내대표(현 경제부총리) 시절 여당은 경제활성화법의 상징으로 여겼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처리에 ‘다걸기’ 했지만 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야당이 요구하는 국가정보원 개혁안과 예산안까지 연계해 외촉법을 ‘패키지 딜’로 처리했다. 이 때문에 당시 예산안 처리까지 위태로워졌다.

유승민 원내대표 취임 후에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사활을 걸자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도 모자라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요구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연계하자고 나온 것이다. 협상의 ‘속내’를 너무 일찍 드러내 무방비로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당 차원에서 요구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아문법)을 여당 지도부가 너무 일찍 받아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2월 국회에서 처리된 아문법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 매년 800억 원 이상 운영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청와대와 정부 채널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청 간 긴밀한 협의 채널을 가동해 대국민 여론의 주도권을 쥐면서 야당을 압박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집권 여당은 야당과의 협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해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국회법 개정안 같은 첨예한 쟁점 법안은 대통령이 직접 야당을 설득하도록 만들었어야 한다”고 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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