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난 혼인 법으로 유지하는건 시대착오” “경제능력 없는 여성에게 불리… 시기상조” ‘파탄주의 vs 유책주의’ 팽팽… 대법, 판례 변경여부 2015년내 결론
김수진 변호사(48·사법연수원 24기)는 혼인관계가 회복 불능이라면 부정행위와 관계없이 누구든 이혼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이혼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해석했지만, 시대가 바뀌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된 만큼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가 이혼의 우선적 척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책주의’를 따르는 이혼 재판에서는 상대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는 정도에 따라 위자료가 달라지므로 서로를 헐뜯으며 증오와 반목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판례로 파탄주의를 도입한 뒤 추후 구체적 입법을 통해 부작용을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양소영 변호사(44·30기)는 혼인이라는 계약을 파기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금지해야 한다는 현행 유책주의를 주장했다. 한국 이혼의 80%는 서로 이혼에 합의하면 허용하는 협의이혼 제도를 통해 이뤄지고, 법원의 강제 결정으로 이혼하는 재판상 이혼은 20%에 불과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미 유책 배우자는 협의이혼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데다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면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를 인정해주는 만큼 파탄주의로 선회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모든 국민의 의사를 수렴한 입법적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법의 해석이 얼마나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지 고뇌가 따르는 작업”이라며 공개변론을 마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올해 안에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판례를 변경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