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운산수석관 박병선 관장
25일 박병선 씨가 각각 ‘사’와 ‘랑’이라는 무늬가 있는 돌 두 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돌들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섬과 뒤섬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운산 수석관 입장은 제한적이지만 지난해 3000명이 어렵게 돌들을 둘러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수석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의 관광객도 다수 포함돼 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돌무더기 통로를 지나자 운산 수석관 주인 박병선 씨(65)를 만날 수 있었다. 운산이 자신의 호라고 밝힌 박 씨는 계란 크기의 작은 돌 두 개를 먼저 보여주며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을 열창했다.
전남 순천시 조례동 운산수석관에 전시 중인 숫자 무늬의 돌들.
운산 수석관에는 이처럼 신기한 무늬를 지닌 수석 3700개가 있었다. 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것은 물론 쥐부터 돼지까지 12지신, 화투장, 사군자 등의 무늬를 지닌 돌들도 있다.
또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전현직 대통령 얼굴을 닮은 돌도 있다. 운산 수석관 주제별로 독수리, 호랑이, 소 등 각종 동물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돌도 즐비했다. 박 씨는 “독수리 무늬가 새겨진 돌에 부리, 발톱, 눈 등이 선명한 것을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운산 수석관 한쪽에는 십자가 문양의 돌들이 있었다. 그는 교회 전도를 많이 해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돗개 전도왕’이란 별명이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십자가 문양 돌 가운데 예수의 형상, 십자가 못 등이 뚜렷하게 그려진 돌을 가장 좋아한다.
박 씨는 1977년 순천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2002년 사무관으로 퇴임했다. 그는 1978년 여름 가족과 남한강에 놀러갔다가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돌 하나를 주운 것을 계기로 수석을 수집하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진기한 수석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 20여 년 전부터 수석들을 구입하고 있다. 박 씨는 “한국 돌에 새겨진 문양은 은은한 동양화 같은 묵직함이 있고 중국 돌은 화려함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가 가장 공을 들여 확보한 것은 중국에서 가져온 부부 흉상 무늬의 돌 두 개다. 30∼40cm 길이 흰색과 검은색이 혼합된 돌은 부부가 다정히 바라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박 씨의 수석 사랑에 대해 부인(58)도 한때 ‘돌과 함께 살라’고 핀잔을 줬고 지인 일부는 ‘돌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렸다. 하지만 돌들을 오래 살펴보면서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하게 됐다고 한다. 박 씨는 돌은 친구이자 벗이며 혼이 담겨진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평생을 살아도 좋은 돌 하나를 갖기 어렵다는 ‘일생일석(一生一石)’의 마음으로 수석을 모으고 있다. 그는 돌 3700개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한다. 박 씨의 꿈은 돌 3700개를 전시 관람할 수 있는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생태계 보고인 순천만은 물, 드넓은 순천만정원은 숲,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은 돌을 상징하잖아요.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이 건립되면 순천을 머무는 관광지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