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유승민 거취’ 충돌] 유승민 ‘고심’, 사퇴할 이유 없지만… 버티기도 쉽지 않아 劉, 靑접촉 여부 묻자 “노코멘트”… 靑-與파국땐 후폭풍 감당 힘들듯
친박(박근혜)계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7, 28일 1박 2일 일정으로 지역구가 있는 대구를 방문한 뒤 서울로 복귀했다. 병환 중인 부친(유수호 전 의원) 병문안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취에 관해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청와대와 접촉했느냐”는 질문에는 “얘기 못 하겠다”고 했다. 다양한 경로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원내대표의 고심은 깊지만 사퇴와 관련해 특별한 심경의 변화는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유 원내대표 고민의 핵심은 ‘명분’이다. 그는 25일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다수 의원에게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당내 다수 의원이 “흔들리면 안 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뽑은 원내대표다”라는 등 지지 메시지가 속속 답지하고 있는 만큼 사퇴할 명분이 없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의원들의 총의를 외면한 채 특정 계파의 ‘찍어내기’ 시도에 굴복해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
친박계처럼 일사불란한 단체행동에 나서진 않고 있지만 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는 걸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비박계 의원도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비박 지도부 출범은 대통령이 시킨 것도 아닌 당내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예상외의 강경한 입장 표명에 위축된 분위기도 없지 않아 보인다. 유 원내대표의 억울함에 동조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척을 지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다. ‘주유야박(晝劉夜朴)’이란 말도 나온다.
문제는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현실론에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친박계 지도부의 동반 사퇴 등 여당과 청와대가 정면충돌해 파국에 이른다면 그 후폭풍과 책임론까지 짊어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현직 대통령과 갈등이 표면화된 상태에서 중도개혁적 소신이 분명한 원내대표로서 제대로 일을 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