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이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에 앞서 들렀던 뉴욕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견딜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다급히 응급실을 찾았으나 곧바로 의사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병세에 따라 문밖에 대기시킨 뒤 들여보냈다. 응급실에서 수술실, 다시 2인실로 옮겨 퇴원할 때까지 모든 수발은 간호사가 맡았다. 낯선 땅을 찾은 이방인도 간병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때로는 환자로, 때로는 보호자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일이 생겼다. 그때마다 응급실 풍경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부터 빈 병실이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경유 환자들까지 한공간에서 복닥거렸다. 언제 의사가 환자를 보러 올지 모르니 보호자들도 다닥다닥 붙은 침상 옆에서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응급실의 취약한 환경을 비롯해 우리의 후진적인 의료 관행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만 수십 명에 이른다. 최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응급실 방문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의료기관의 협조를 얻어 응급실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일일 방문 명부를 작성하도록 했다. 응급실 환자의 면회와 방문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