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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엎드려” 절규 순간… 머리위로 날아든 직격포탄 ‘쾅’

입력 | 2015-06-29 03:00:00

[제2연평해전 13주년]이희완 소령 설명-가상현실로 본 ‘참수리 357호’ 그날의 흔적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외면하는 건 전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생존자의 의무이고 책임입니다.” 31분의 끔찍한 전투를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게 꺼려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제2연평해전의 생존자인 이희완 소령(39)은 고개를 저었다.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 5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대전 유성구 합동군사대학 교관인 그도 바빠졌다. ‘잊혀졌던’ 전쟁을 새삼 기억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 기술로 참수리 357호를 촬영한 취재팀도 이 소령을 찾았다. 그의 도움말로 함정의 내외부 모습 중 전쟁의 상흔이 선명히 남아 있는 7곳을 소개한다.


① ‘첫 공격’ 당한 조타실

첫 공격은 핵심 시설인 조타실을 향했다. 부정장이었던 이 소령(당시 중위)은 공격 직후 “포탄에 맞아 불이 나고 있음” “대원들이 부상당했음”이라는 보고를 들었다. 조타실에는 4명의 대원이 있었다. 조타장이었던 한상국 중사(당시 하사·27)는 포격을 정통으로 맞아 전사했다. 조타실 창들 중 성한 것은 거의 없다. 철제 창틀은 어지럽게 찢겨 나갔다. 대공 탐색 레이더에 또렷이 남은 이름이 눈길을 붙들었다. ‘대위 윤영하’ ‘하사 전창성’.


② 윤영하 소령 전사한 노천갑판

“앗 정장님, 왜 그러십니까!” 전투 시작 4분 뒤, 최초 지휘를 마친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29)이 넘어졌다. 그의 왼편에 서 있던 이 소령이 달려갔다. 총에 맞은 윤 소령은 눈을 감은 채 등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이 소령은 대신 전투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른쪽 무릎 아래쪽에 큰 부상을 입었고(결국 절단했다), 왼쪽 다리에는 관통상을 입었다. 노천갑판에는 눈에 쉽게 띄는 총알과 포탄 자국만도 16곳 넘게 남아 있다.


③ 함포 중 가장 먼저 당한 22포

배에 있던 함포 3곳 중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함미(배의 꼬리) 쪽의 20mm 벌컨(22포)이었다고 이 소령은 회상했다. 22포 사수였던 황도현 중사(당시 하사·22)는 전투 중 머리에 포탄을 맞고 포 안에서 전사했다.


④ 피격 흔적 남은 21포

그 다음으로 피해를 입은 함포는 배 가운데 있는 20mm 벌컨(21포)이었다. 포격 때문에 포에 큰불이 났고, 사수였던 조천형 중사(당시 하사·26)가 불길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일부 장비는 침몰을 증언하듯 바다 모래를 품고 있다.


⑤ 아찔했던 내부 통로

보유한 탄약이 다 떨어지고 주요 함포도 모두 피격당하자 이 소령은 “엄폐가 가능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대원들은 조타실로 진입하는 통로로 몸을 숨겼다. 대원들은 통로에 앉아 산발적으로 가해지는 사격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때 대원들의 머리 위로 ‘쾅’소리를 내며 포탄이 날아들었다. 이때 튄 파편에 몇몇 대원이 부상을 입었다. 서 있었다면 포탄을 직격으로 맞았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⑥ 폭발 피한 탄약고

배 좌현에는 두 개의 커다란 철판으로 된 기관총(M60) 거치대가 있다. 왼쪽 철판의 한가운데 구멍이 눈에 띄었다. 기관총 사수였던 서후원 중사(당시 하사·22)가 이곳에서 가슴 왼쪽을 관통당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서 중사가 쓰러진 뒤 기관총의 방아쇠를 이어 당긴 박동혁 병장(당시 상병·21)도 온몸에 총상과 파편상을 입었다. 그는 전투 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사망자 중 유일한 일반병사였다.


⑦ 2명 쓰러진 기관총 거치대

배 좌현에는 두 개의 커다란 철판으로 된 기관총(M60) 거치대가 있다. 왼쪽 철판의 한가운데 구멍이 눈에 띄었다. 기관총 사수였던 서후원 중사(당시 하사·22)가 이곳에서 가슴 왼쪽을 관통당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서 중사가 쓰러진 뒤 기관총의 방아쇠를 이어 당긴 박동혁 병장(당시 상병·21)도 온몸에 총상과 파편상을 입었다. 그는 전투 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사망자 중 유일한 일반병사였다.

렌즈가 6개 달린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360도 촬영한 참수리 357호 외부 모습. 좌현에 위치한 기관총 거치대에서 두 명이 총상을 입었다. 아바엔터테인먼트 제공




평택·대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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