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태 대구보건대 보건환경과 교수
올해만 해도 격심한 가뭄을 겪고 있고 이번 상황을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 해도 이런 물 부족 현상이 되풀이되고 심화될 수 있다는 게 근본적 걱정거리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한국은 모로코 케냐 르완다 소말리아 등과 함께 1인당 연간 물 사용량이 1000∼1700m³인 물 부족 국가이다. 이는 1996년 정부가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도 이미 나타나 있었다. 즉, 2001년에는 용수 예비율이 2%로 떨어지고 수요가 매년 30억 m³씩 증가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인구밀도가 높고 장마철에 호우가 집중되며 지형이 가팔라 수자원 이용 효율성까지 낮은 한국은 이 스트레스를 쉽게 벗어나기 어렵게 돼 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할 유망한 방도로 중수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수도는 1991년 수도법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됐다. 상수도와 하수도 중간에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 번 사용한 물을 처리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도시 하수도에는 물이 흐른다. 그러니까 하수도는 도시 안의 댐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말레이시아로부터 용수를 수입해 사용하는 싱가포르의 중수도 NEWater는 물론이고 하루 10만 m³ 규모로 운영 중인 경북 포항의 하수 처리수 재이용시설 등은 중수도의 미래에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하겠다. 지금은 하늘만 쳐다보며 기우제에 매달릴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김혜태 대구보건대 보건환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