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름다운 운하와 정원의 도시, 쑤저우(蘇州)

입력 | 2015-06-29 11:05:00


졸정원 중심 정원의 수련 너머 멀리 보이는 탑은 오나라의 초대 황제 손권이 키워주신 할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기 위해 세웠단다.  


쑤저우는 ‘동방의 베니스’로 불린다. 이탈리아의 베니스만큼이나 아름다운 수로와 운하가 많다. 1275년 쑤저우에 온 마르코 폴로는 자신의 저서인 <동방견문록>에서 “내 고향 베니스 같다”고 했다. 중국인들 스스로도 “하늘 위에는 천당이 있고, 하늘 아래에는 소항(소주와 항주)이 있다”고 할 정도로 쑤저우의 아름다움에 남다른 자긍심을 갖고 있다. 

한산사 앞 운하 풍교 아래 손님을 기다리며 유유히 떠있는 배들.


쑤저우는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한 도시이다. 양쯔강 하류의 바닷가에 위치한다. 전체 면적의 45%가 물로 덮여 있고, 중국의 4대 정원 가운데 2개가 있는 곳이어서 ‘운하와 정원의 도시’라 불린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장쑤성 난징(南京)과 쑤저우였다. 하지만 여정의 대부분은 성도인 난징보다도 쑤저우에서 보냈다.

우리 일행이 쑤저우에 도착한 날은 때마침 단오절이었다. 중국에서는 삼일 연휴를 쉴 만큼 큰 명절이다. 난징 남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1시간 15분가량 달리면 쑤저우역에 당도한다. 단오절 아침의 난징역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노란 색의 벽(壁)이 인상적인 한샨스(寒山寺)

강렬한 색깔이 시선을 끄는 한산사 벽이 인상적이다.  

커다란 향에 불을 붙이는 관람객. 중국인의 커다란 향불 사랑때문에 중국 대기오염에 일조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쑤저우 시내의 서쪽 외곽에 위치한 한산사를 먼저 찾았다. 한산과 습득이라는 두 괴짜 스님이 살았다고 해서 ‘한산사’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절 앞의 운하에는 ‘풍교’(楓橋)라는 작은 무지개다리는 놓여 있다. 고풍스러운 멋이 돋보이는 이 다리의 한 시비에는 당나라의 시인 장계(張繼)가 풍교와 한산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풍교에 배를 매고’라는 제목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 아래의 운하에는 시인의 이름을 딴 ‘장계’라는 배가 떠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노란색 벽을 지나 한산사 경내에 들어섰다. 아담한 경내에는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향에 불을 붙여서 동서남북의 각 방향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도 뭔가 간절한 눈빛으로 염원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니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아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후치우(虎丘공원)의 만경산장

400년된 보물 분재가 호구공원 분재원인 ‘만경산장’ 한 가운데 우뚝 자리잡고 있다. 


쑤저우의 호구산에는 오나라의 왕 합려의 묘가 있다. 그곳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다리 위에 몰려들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호구공원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곳은 1982년에 조성했다는 분재원인 만경산장이었다. 중국에서 제일 넓다는 이 분재원에는 400년이나 된 보물 분재를 비롯해 20여 명의 관리원이 600여 개의 분재를 정성껏 가꾼다. 한 그루 한 그루가 모두 빼어난 작품이었다. 일행 중의 한 명은 “분재 좋아하시는 아버님이 오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중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리우위엔(留园)과 줘정위엔(拙政园)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졸정원의 회랑은 하나의 완성된 건축물이다. 


유원은 작지만 짜임새 있고 아기자기한 정원이다. 연못가에는 제각기 다른 모양의 돌탑과 수련이 빼곡했다. 형형색색의 돌을 깔아 만든 꽃길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유원은 정원의 4대 요소라는 물, 식물, 건축물, 돌이 잘 조화된 곳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휴일이다 보니, 정자에 앉아 차분히 쉬면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다. 후일을 기약하며 졸정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원과 마찬가지로, 사가정원(私家庭園)인 졸정원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다. 중앙에서 정치를 하다가 낙향한 귀족이 채소와 나무를 키우는 소소한 삶을 하루의 정치로 삼았대서 ‘졸장부의 정원’으로도 불린단다. 누각과 정자, 연못의 수련이 하나로 어울려 자연스러운 경치를 완성한다. 누각에 달린 창문은 무늬가 하나같이 다르다. 풍광 또한 제각각이다. 유원이 아기자기한 여성미가 돋보인다면, 졸정원은 규모가 크고 웅장한 맛이 두드러져 보인다. 대부분의 길이 회랑으로 이어져 있어서 비를 맞지 않고도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평소에 70위안(1만3천원)이지만, 수련이 피는 7, 8월에는 90위안(1만6천원)으로 오른다. 아침식사와 함께 공연도 관람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호젓한 정원에서 각별한 호사를 즐길 수 있단다.
1800년 전 운하를 사이에 둔 샨탕지에(山塘街)

3.6km의 산탕제 운하에 잇대어 사는 사람들이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호구산에 가기 위해 1800년 전에 만들었다는 인공운하 마을인 산탕제. 총길이 3.6km의 오랜 운하를 사이에 두고 주변 민가의 등불이 하나둘씩 켜지자 홍등가처럼 붉은 등불이 수면에 어른거렸다. 우리 일행은 노 대신에 모터를 단 배를 타고 운하를 건넜다. 오가는 배마다 신호등이 있어서 작은 다리 아래도 안전하게 교행한다. 운하와 민가는 서로 붙어있다. 사람 사는 모습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오가는 배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목욕하는 사람도 있고, 빨래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야간 개방을 해 데이트 코스로 제격인 왕쓰위엔(网师园)

망사원은 3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여는데, 이 시간 동안에는 중국의 음악과 무용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10여분 거리에는 작은 원림인 망사원이 있다. 우리 일행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 보슬비가 내렸다. 망사원 내의 4개 건물에서는 서로 다른 공연이 진행된다. 각각 4~5분 정도 소요되는 공연을 관람한 뒤에 다음 건물로 이동해 다른 공연을 보는 방식이다.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슬며시 나와 망사원의 중심에 자리한 ‘월도풍래정(月到風來亭)’에서 은근한 달빛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 비 오는 밤이라, 달빛 대신에 인공조명이 ‘청대원림건축의 대표작’이라는 이 정자를 비췄다.  
쑤저우의 별미 쑹수구이위(松鼠桂鱼)

쑤저우의 별미음식 쑹수구이위. 셰프의 칼놀림 실력에 따라 튀겨낸 생선살 결의 각이 다르다. 고수는 성난 쏘가리 처럼 꼿꼿하다. 

운하의 도시 쑤저우의 별미로는 민물재료와 연근 등을 이용한 것이 유명하다. 반드시 먹어봐야 할 별미로는 쑹수구이위(松鼠桂鱼)가 첫손에 꼽힌다. 청나라 건륭제가 즐겨먹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귀한 손님에게 꼭 대접한다는 이 음식은 칼로 저민 쏘가리에 튀김가루를 입혀 통째로 튀겨낸 다음 칠리소스를 뿌려낸다. 바삭하게 튀겨낸 생선살에 달짝 지근한 소스 맛에 자꾸 젓가락이 간다.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