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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에서 매년 주최하는 ‘국제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 카퍼레이드(2014년).
영남대 기계공학부 4학년 고봉수 씨.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한 고 씨는 고교 졸업 후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 없이 곧장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선택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자동차 제작. 입학하자마자 학부내 자작(自作)자동차 동아리 모임인 YUSAE에 가입해 1인승 차 만들기에 푹 빠졌다. 교내외 공모전과 국제 규모의 자작차 대회에 참가해 상도 10여 차례나 받았다. 그의 뒤를 이은 동아리 후배들도 최근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2015 국제 대학생 창작 그린카 경진대회’에 참가해 동상을 차지했다. 고 씨는 현재 영남대에서 매년 주최하는 국제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Baja SAE Korea)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졸업 후엔 자동차 회사 연구원으로 입사해 자신이 총괄 설계한 차량을 세상에 선보이는 게 꿈이라고 한다.
2114년 국제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에서 종합우승한 영남대 기계공학부 YUSAE팀.
같은 학부 4학년인 정주혁 씨는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이 한 팀을 이뤄 중소기업에서 의뢰한 과제를 해결해주는 ECP프로그램(Engineering Clinic Program)에 참여하는 등 자동차 부품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독일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 자동차용 퀵커넥터를 국산화하는 프로젝트에서 독일회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동일한 성능에 더 싼 부품 개발 아이디어를 내는 등 이론과 현장을 골고루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측에서 마련해준 3D 프린터(고성능 2대, 일반용 3대가 운영 중)를 통해 자신이 설계한 아이디어가 어떤 식으로 제품으로 구현되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한다. 정 씨의 목표는 자동차 부품 엔지니어로서 전문지식을 쌓은 후 해외에서 질 좋은 자동차 부품을 중개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것. 그는 남태평양의 피지에 있는 한 무역회사로 해외인턴십을 떠날 예정이다. 이곳에서 공학도로서 부족한 무역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기계공학부에서 아직은 소수인 여학생 최현정 씨(3학년)도 자타가 공인하는 기계광. 자동차, 항공, 배 등 기계가 들어가는 분야는 다 좋아한다는 최 씨는 현재 기계공학부의 연계전공인 원자력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최 씨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와 관련한 원자력 관련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원자력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기계공학부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복수 전공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 씨는 다양한 기회를 열어두고 싶어 구체적인 목표는 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졸업 후 취업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도 않는다. 최 씨는 “기계가 들어가는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취업의 폭이 매우 넓다. 선배들만 보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고, 우리 학부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매우 높아 타 대학 학생들로부터 ‘취업 깡패’라는 시기어린 말까지 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의 동문 네트워크가 매우 탄탄해 후배들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기계공학부 학부장 고태조 교수는 기계공학부 졸업생들은 지난 3년간 70% 이상의 높은 정규직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전체 취업자 중 45% 이상이 대기업과 공기업 같은 탄탄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도 우리 학부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학부 교수들의 졸업생들에 대한 취업 지원, 학교 측의 배려, 그리고 동문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이런 성과를 내고 있다.”
교육부 주관 특성화사업에 선정된 ‘자동차융합부품 창의인력양성사업단’ 개소식(2014.10.1). 앞줄 오른쪽에서 7번째가 기계공학부를 이끌고 있는 고태조 학부장이다.
역사 깊은 학과답게 기계공학부는 평가에서도 강하다. 1994년 8월 사립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국책공대로 선정된 데 이어(5년간 약 270억 원 지원), 5년 후인 1999년 8월에는 교육부의 BK2 기계분야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7년간 약 200억 원 지원). 최근에는 교육부 주관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에 기계공학부의 ‘자동차융합부품 창의인력양성사업단’이 선정돼 15억3600만 원을, 명품학과(지역특성화우수학과)로도 인정받아 2억7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규모도 크다. 단과대학과 맞먹는 학부다. 입학정원 263명에 전임 교수만 41명이고 특성화사업에 따라 2018년까지 전임 교원을 53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2014년의 경우 교수들은 1인당 6.76편의 논문을 국제 및 국내 학술지에 발표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별도로 외국인 교수가 8명이나 있고, 외국인 학생도 23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수가 1500여 명(대학원생 포함)이나 되다보니 건물 2개 동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고가의 3D 프린터실, 24시간 가동되는 공작실 등 시설도 최상급이다.
학부생은 3개 전공의 교육 목표에 따라 편성된 교과목을 체계적으로 배운다. 2학년부터는 자동차융합부품특성화, 원자력, 그린카 분야 중 하나를 연계전공으로 선택하거나 별도로 신설된 그린에너지 분야를 연합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공과대학 학생들의 학과 공부는 ‘빡센’ 것으로 소문나 있는데, 영남대 기계공학부 학생들은 여기에 한술 더 뜨고 있는 셈. 학생들은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면 2개의 전공 졸업장을 받는다. 이 중 CK-1사업인 자동차융합부품특성화 연계 전공은 지역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연계 전공은 대구경북지역에서 기계공학과 정보통신공학을 융합한 자동차융합부품 산업이 지역거점 산업으로 지정돼 있기에 이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공급한다는 의도로 만든 것이다.
영남대에서 열린 2014 국제 캡스톤디자인 캠프에서 학생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창의적 종합설계를 의미하는 캡스톤디자인은 현장실무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계공학부의 교과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특정 산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는 ‘계약트랙제’. 대표적으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상신브레이크(주)와의 계약트랙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영남대(기계공학부)가 상신브레이크(주)와 계약을 맺고 기업이 지정하는 20개 과목을 이수하는 학생에게 회사 측에서 매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졸업 후 취업까지 보장해주는 제도다.
“산학협력 차원에서 맺은 이 제도는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기업이 원하는 필수 과목을 미리 이수토록 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교육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되고, 학생 입장에서는 교육비와 취업에 대한 부담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 좋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고태조 학부장은 계약트랙제 외에도 현장밀착형 교육시스템인 ECP도 기계공학부의 자랑거리라고 밝혔다. 이는 영남대의 가족기업으로 등록된 회사가 애로기술의 해결을 학교 측에 요청해오면 교수와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 지난해만 20개 과제를 해결해주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기계공학부는 수시에서 131명, 정시에서 132명을 뽑는다. 2015학년도 수시의 입학성적은 평균 3.02등급(9등급제 기준) 수준이었다. 수시에서는 입학정원 외에 농어촌학생(학생부 교과 성적), 기회균형(학생부 종합 성적), 특성화고교(학생부 교과 성적+실기) 등 특별 전형을 통해 별도로 30명을 선발한다.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도 풍부한 편. 2014년 기준으로 교내외에서 수여한 장학금 액수만 61억5000만 원. 학생 1인당 200만 원에 가깝다. 최근에는 기계공학부 동문들이 3억 원을 출연한 장학재단도 발족했다. 공부만 잘하면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이 영남대 기계공학부다.
경산=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