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로 휴가 떠나보니…
김창덕·산업부
그러던 중 ‘홍콩 독감이 유행 중’이라는 기사를 접하고는 계획을 바꿨다. 여기에다 본보 25일자 A1면에 ‘휴가는 국내서…’라는 캠페인 기사를 쓴 것도 국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계기가 됐다. 행선지는 강원 속초시로 정했다.
결론적으로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속초 대포항에 도착한 26일 저녁엔 비가 꽤 내렸다. 그래도 빗소리를 들으며 먹었던 조개구이 맛은 엄지손가락이 절로 치켜세워질 정도였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손님이 뚝 끊긴 터라 조개구이집 ‘덕기네’ 주인은 평소보다 더 푸짐하게 조개를 담았다고 했다. 3만 원어치 주문에 키조개, 가리비, 명주조개, 백합, 칼조개 등이 상 위에 듬뿍 올라왔다. 마지막에 나온 해물라면 맛도 일품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해수욕장의 ‘북적거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맘때 속초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뤄야 정상이다. 주말을 맞아 삼삼오오 바닷가에 놀러온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제법 눈에 띄었지만 가족 단위 여행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상인들의 표정에도 대목을 만난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1년을 기다려 온 한철 장사를 이대로 망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커 보였다. 속초를 찾아온 여행객들이라면 반드시 들른다는 속초중앙시장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해외 여행객 중 10%만 국내 여행을 떠나도 4조 원이 넘는 내수(內需)가 창출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리 가족이 자고, 먹고, 이동하면서 소비하는 돈이 나라가 활력을 찾는 데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대포항 덕기네를 다시 찾았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처가 어른들께 드리려고 명주조개와 백합을 3만 원어치 샀다. 연이틀 찾아와 고맙다며 주인은 ‘서비스’로 조개 한 줌을 더 넣어줬다. 인근 건어물 가게에선 진부령에서 말렸다는 황태도 3만5000원에 10마리를 구입했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산 것도 만족스러웠지만 작게나마 내수 살리기에 한몫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국내 휴가가 주는 기쁨을 많은 이들이 누리길 기대해 본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