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건설사 13곳 조사
하지만 건설사들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더 하되 남들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게 건설사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흥행 성공에 편승해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식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물량이 2, 3년 뒤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분위기 좋을 때 털자” 서두르는 건설사들
특히 올해 하반기(7∼12월)에 11만3199채가 시장에 쏟아진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하반기에 6만3564채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메르스 등으로 상반기(1∼6월) 물량이 뒤로 미뤄진 데다 당초 계획에 없던 물량도 대거 추가됐다”며 “분양시장 열기가 언제 꺼질지 몰라 최대한 일정을 당겨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를 확보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상반기 LH가 내놓은 공동주택용지의 평균 경쟁률은 89 대 1이었다. 이달 초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 LH 공동주택용지 B5블록 입찰에는 건설사와 시행사가 대거 몰려 6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택지지구 입찰이 나올 때마다 참여했는데 15개 가운데 겨우 하나 낙찰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시행사나 건설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사업이 중단됐던 부실채권 사업장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김포시 사우지구에서 사업이 중단된 부실채권 사업장을 군인공제회로부터 9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 늘어난 물량에 소화불량 우려
주택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불안감을 이렇게 전했다. ‘물 들어왔을 때 배 띄운다’는 심정으로 서둘러 분양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이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 2년 후 착공 및 분양 물량으로 전환될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해 들어 5월까지 22만7000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7500채에 비해 27.9% 증가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11만8600여 채로, 전년 동기보다 60.8%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51만5300채)에 이어 50만 채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주택 공급을 떠받칠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적정 주택공급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분양 없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적정 공급량은 2015∼2025년 연평균 33만1000채에 불과하다. 적정 공급량은 올해 34만5030채에서 매년 점차 줄어 2025년에는 29만5470채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결국 주택시장에 매년 수만 채가 초과 공급되면서 머지않아 미분양이 늘어나고 덩달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과 저금리, 청약규제 완화가 신규 분양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입주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미입주 문제가 불거지며 집값 조정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며 “무리한 주택 공급이 자충수가 되지 않도록 건설사들이 공급량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