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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토피아] 4강 프런트의 공통분모…‘소통 지수’ 남달랐다

입력 | 2015-06-30 05:45:00

‘4강’을 이루고 있는 팀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삼성(위)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철저하게 준비하는 프런트가 있어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NC(아래)는 감독과 현장을 중시하는 프런트가 있어 빠르게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전문가 많은 삼성 프런트, 소통과 균형 조화
NC 감독 신뢰…손시헌·이종욱 탁월한 선택
두산, 용병 교체 등 선제대응…현장에 신뢰
넥센 이장석대표는 역할 분담으로 상호존중


우리 야구팬들은 뜨겁다. 응원하는 팀에 요구사항도 많다. 잘 되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받아주기는 어렵다. 소비자로서 팬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모든 소비자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회사를 찾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프런트와 팬들은 ‘우리 팀의 성공’이라는 공통목표를 갖고 있지만, 좋은 사이는 아니다. 특히나 우리 팬들은 ‘프런트 야구’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29일 현재 2015시즌 성적은 프런트의 능력과 일치하는 것 같다. 상위 4개 팀의 프런트는 무엇을 잘하는 것일까.

‘잘 나가는’ 팀 프런트의 공통점은?

좋은 프런트가 있는 팀은 성적에 기복이 없다. 감독의 역량에 따라 한두 시즌 그 팀이 잘하고 못할 수는 있지만, 프런트가 강한 팀은 항상 꾸준한 성적을 낸다. 이런 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꾸준한 물갈이를 통해 팀을 계속 긴장상태로 유지하면서 꾸준한 육성, 좋은 외국인선수와 FA(프리에이전트)의 영입, 다른 팀과의 수지맞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계속 강화한다. 위기상황에서의 준비도 철저하다. 특정선수가 다치거나 빠졌다고 손을 놓고 기다리는 프런트는 능력부족이다. 지금 당장 필요하다면 없는 길도 만들어야 한다.

프런트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현장과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상호존중이건 역할분담이건 팀의 상황과 프런트 리더와 감독의 성향, 프런트 구성원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 잘 되는 팀은 현장과 프런트가 서로를 존중하고 능력을 인정한다. 일 처리는 빠르고 조용하다. 혹시라도 생기는 불편한 속사정이 미디어나 팬들에게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튀지 않지만 조화 속에서 할 일은 다 하는 삼성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은 선수단처럼 프런트도 탄탄하다. 전문가들이 많고,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도 잘 이뤄진다. 감독과 입단동기인 김정수 운영팀 파트장 덕분에 어느 팀보다 빨리 현장의 요구를 프런트가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류중일 감독은 많은 요구를 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해왔던 매뉴얼에 따라 현장과 프런트가 맡은 역할을 조용히 수행한다. 해마다 그 매뉴얼에는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있다. 다른 팀에는 없는 자산이다.

삼성의 야구 스타일처럼 프런트도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움직이고 현장과의 소통, 균형도 좋다. 삼성은 드러내놓고 세대교체를 말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실행하고 있다. FA 계약 때도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선수를 데려오거나 주저앉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베테랑을 정리하는 타이밍과 중요성도 잘 안다. “삼성에서 나온 FA는 데려가봐야 실익이 없다”는 말이 나돌 만큼 삼성의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다.

삼성 프런트는 시즌 도중보다는 비시즌에 더 바쁘다. 팀의 장점과 약점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준비를 철저히 한다. 그래서 삼성야구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크게 주목을 받지 않지만 시즌이 끝나면 항상 정상권에 있는 삼성의 숨겨진 힘은 조용히 움직이는 감독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프런트가 있어서다. 물론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현장 중심은 감독이라는 진리를 보여준 NC

NC는 많은 신생팀이 겪는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프런트가 칭찬받아야 할 이유다. 올 시즌 kt와 비교해보면 NC가 얼마나 탁월한 선택을 해왔는지 잘 드러난다. 1군 진입 첫 시즌 4명의 외국인선수와 특별지명선수 선발 등에서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았다. FA 영입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오랫동안 야구기자를 해온 이태일 사장의 생각과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넓은 인맥을 이용해 리스크가 적은 외국인선수를 잘 데려왔다. 그 올바른 판단은 수십억 원의 비용절감을 낳았다. FA 선택 때는 감독을 믿었던 것이 성공했다. 손시헌과 이종욱의 경우 당초 구단이 내정했던 가격보다 높아 망설였지만, 김경문 감독의 “나를 믿어보라”는 한마디에 쉽게 결정을 내려줬다.

NC는 팀의 중심이 감독이고 현장이라는 생각이 잘 배어있다. 선수들은 어느 팀보다 감독의 결정에 잘 따른다. 어느 야구인은 “선수들이 감독을 중심으로 가장 잘 뭉쳐 있다”고 평가했다. ‘감독의 야구’와 ‘선수의 야구’에서 무엇이 옳은지는 각자의 야구관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우리 현실에서 야구단의 중심은 감독이라는 것을 NC는 실천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이다.

용감하게 선제대응을 잘했던 두산

두산은 1982년 창단 때부터 프런트 야구를 추구해왔다. 그 와중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프런트의 리더가 야구단에 오래 있었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지금 구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안티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쳤던 몇 차례 일들을 욕하겠지만, 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때도 많다. 다만 프런트는 그것을 자기 입으로 말할 수는 없다.

두산 프런트는 올 시즌 선제적 대응을 여러 차례 했다. FA 영입, 외국인선수 선발과 교체 등에서 결단이 빨랐고 과감했다. 평소와는 달리 투자도 많이 했다. 결과가 나쁘면 책임을 진다는 자세다. 2명의 교체 외국인선수가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는 누구도 모른다. 두산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장의 요구가 나오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고, 감독에 선택의 여지를 줬다. 외국인선수 교체 타이밍이 어정쩡하거나 왜 지금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몇몇 팀과 비교하면 타이밍도 적절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강타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듣는 단어는 선제대응이다. 이런 용감한 프런트가 있으면 현장은 신뢰한다. 상호신뢰는 팀 전력 이상의 힘을 만든다.

● 오직 하나밖에 없었기에 더 잘하는 넥센

넥센은 대표 중심의 1인 기업이다. 야구팀을 수많은 회사 또는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보는 다른 팀들과는 운영 시스템이 다르다. 이것 하나밖에 없기에 더 절실하고 성공의지가 강하다.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다른 팀들보다 빠르다. 오너에게 보고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없다. 오너 겸 대표가 다른 누구보다 야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한 선수평가 방식은 다른 팀들을 압도한다. 선수들의 잠재된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신인드래프트와 트레이드 때 좋은 선수를 골라 전력을 빨리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장석 대표는 누구보다 야구와 경영의 접점도 잘 안다. 선수 트레이드를 재고처리의 개념에서 접근해 최고의 가치일 때 팔고, 낮게 평가된 선수를 데려온다. 다른 팀에서 선수를 데려올 때는 수치 외의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데이터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본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겠지만, 그라운드보다는 라커룸과 숙소에서 선수가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가정환경,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런 바탕에서 내렸던 결정은 대부분 성공했다. 대표와 감독의 소통도 다른 팀들과는 다르다. 혹자는 현장의 힘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는 가장 합리적 역할분담과 진정한 상호존중이라고 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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