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심쿵해’로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 AOA. 동아닷컴DB
아리송한 제목 불구 음원차트 상위권
강태규 평론가 “10대팬 소통 위한 것”
“언어의 미학·순화기능 상실” 지적도
‘음오아예, 심쿵해, 쩔어….’
뜻을 알 듯 모를 듯한 이 단어들은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대중가요의 제목이다.
이른바 ‘걸그룹 대전’에 뛰어든 여성그룹 AOA의 새 앨범 타이틀곡 ‘심쿵해’는 ‘심장이 쿵쾅쿵쾅 거린다’는 뜻이다. 걸그룹 마마무의 신곡 ‘음오아예’는 멋진 이성을 보고 반했을 때 나오는 감탄사다. 남성그룹 방탄소년단이 미니앨범 ‘화양연화’의 후속곡 ‘쩔어’는 ‘잘 한다’ ‘말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뜻으로, 10대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된다. 지난해에는 남성그룹 블락비가 ‘헐’을 발표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놀라거나 어이없을 때 내지르는 탄성의 의미다.
하지만 인터넷 채팅방,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단어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대중음악에까지 흘러들어온 것을 두고 ‘국어 파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는 신조어가 당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구실을 하는 만큼 ‘새로운 문화로서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29일 “해당 가수들의 팬층이 대부분 10∼20대다. 핵심 타깃이 되는 연령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쉬운 가사나 제목 등으로 노래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10∼20대 대중과 공감과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대를 거쳐 가면서 곱씹어보거나 음미하는 음악으로는 한계가 있고, 언어순화의 기능도 현저하게 상실시킬 수 있다. 어문법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언어의 미학도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