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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배우, 무대]프로젝션 매핑으로 그림 속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

입력 | 2015-06-30 03:00:00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커튼콜 장면에선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등장한다. 가로 22m, 세로 5m의 무대 벽면을 가득 채워 인상적이다. HJ컬처 제공

분명 뮤지컬을 보러 극장에 들어갔는데, 끝나고 나올 땐 미술관에서 고흐(1853∼1890)의 살아 숨 쉬는 명화 50점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다. 관객의 ‘귀’만큼 ‘눈’을 즐겁게 한다고 입소문이 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다.

이 뮤지컬은 화가 고흐의 동생 테오가 형의 유작 전시회를 준비하며 형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고흐와 테오가 실제 주고받은 편지 700여 통을 바탕으로 고흐의 명작이 어떤 시점에,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를 그렸다.

런타임 내내 3대의 프로젝트를 활용해 가로 22m, 세로 5m 무대 벽면에 고흐의 그림 50점을 비춰 준다. 영상 디자이너 고주원 씨는 “일반적으로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입체적인 무대 세트 위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을 썼다”며 “원화의 고해상도 파일을 구해 그림 속 인물과 배경의 분리 작업을 거친 뒤 2D인 그림을 대부분 3D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연 내내 무대에 비치는 고흐의 그림 속 인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재탄생됐고, 그림의 배경 또한 애니메이션처럼 계속 움직인다. 자살 직전 고흐가 밀밭에서 유작을 그리는 마지막 장면의 배경인 ‘까마귀가 있는 밀밭’(1890년)이나 커튼콜에서 사용되는 ‘꽃 피는 아몬드 나무’(1890년)가 대표적이다.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고흐가 프랑스 파리 근교의 집에서 고갱과 동거하던 시절을 그린 장면에선, 고흐의 작품인 ‘아를의 반 고흐의 방’(1888년)이 무대 벽면 세트에 투사된다. 이에 대해 영상 디자이너인 고 씨는 “고흐의 그림을 통해 단순히 작품의 완성 과정을 보여주는 걸 넘어 100여 년 전 고흐가 바라본 시선, 환경, 실제 살아간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가난했던 고흐가 파리 클로제 거리를 걷는 장면의 배경은 고흐의 작품 중 마을 배경과 건축물을 대상으로 그린 작품 9점을 재배치해 만들어냈다.

움직이는 그림자를 무대 뒤에 크게 비춰 고흐에게 억압적이었던 아버지를 묘사한 장면이나 그림 안에 배우 실제 사진을 합성한 모습도 독특하다. ‘빈센트…’는 8월 2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전석 5만 원. 02-588-7708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