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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만 빼먹는 ‘부가세 감면’

입력 | 2015-06-30 03:00:00

[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분유 등 면세해줘도 금방 값올려… 소비자엔 감세 혜택 안돌아가고
영세업자 간이과세는 탈세 온상… “면제대상 줄이고 투명성 높여야”




#1.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정부는 분유에 매겨온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했다. A분유업체는 이에 따라 생후 6개월 된 유아가 먹는 ‘3단계 분유’ 가격을 종전 3만900원에서 2만8900원으로 6.5% 내렸다. 하지만 1개월 뒤 이 업체는 해당 분유를 ‘리뉴얼’했다며 3만2300원으로 올렸다.

#2. 부산 외곽에서 미용실을 하는 김정희(가명·44) 씨는 2013년까지 연 매출 4800만 원 미만인 간이과세자여서 3%의 부가세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5000만 원을 넘기면서 올해부터 부가세율이 10%로 올랐다. 반면 서울 강북의 한 음식점은 실제 연매출이 1억 원 이상이지만 현금 매출을 숨겨 간이과세 혜택을 누린다.

정부의 최대 수입원인 부가세의 감세 체계가 고장 난 채 방치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세 혜택이 국민에게 잘 돌아가지 않는 데다 간이과세제도의 보호를 받을 만한 실제 영세업자는 대상에서 탈락하는 반면 소득을 줄인 탈루업자가 간이과세 혜택을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2009년 이후 부가세가 면제된 분유, 기저귀, 산후조리원, 일반 고속버스, 생리대 등의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체로 면세 이후 가격이 잠깐 떨어졌다가 원상회복되거나 원래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조리원 이용요금에 붙는 부가세는 2012년 2월 면제됐다. 소비자들은 요금 인하를 기대했지만 서울 시내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요금은 2011년 9월 248만 원에서 2012년 3월 250만 원으로 되레 상승했다. 조리원들은 인건비 인상,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가세를 줄여주는 간이과세제도는 영세업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탈세의 온상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세통계 분석 결과 2013년 당시 간이과세자였던 개인사업자 6만5182명은 올해 1월부터 일반과세자로 전환됐다. 이 중에는 연 매출이 6000만 원 미만인 영세업자 2만3791명이 포함돼 있다. 반면 매출 규모를 속여 세금을 줄이는 ‘짝퉁’ 영세업자는 3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세무사회는 추정하고 있다. 간이과세자 178만 명 가운데 20% 정도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조세본부장은 “실익이 없는 부가세 면제 대상을 축소하고 탈루를 줄이도록 징세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영세업자를 지원하는 보완책을 마련해 세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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