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거취’ 갈등] 긴급최고위 2시간 20분 논쟁
다수의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불신임받은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결론은 나지 않았고, 친박(친박근혜)계는 일단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보류했다. 유 원내대표에게 결단의 ‘공’을 넘긴 셈이다.
○ 김무성과 서청원의 미묘한 신경전
“말씀 잘 경청”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더 고민하겠다”며 일단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정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퇴를 반대하는 최고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김 대표는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도 종국적으로 (사퇴하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 측 설명은 좀 다르다. 강요에 의한 사퇴보다는 유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리도록 길을 열어 주자는 취지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기 전까지는 절대 사퇴를 종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회의 도중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에 잠시 언쟁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 최고위원 측은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밖에서 얘기할 때와 (회의장) 안에서 얘기할 때가 다른 것 같다. 사퇴 여부에 대한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반면 김 대표 측은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가 사퇴로 가야 한다고 발표를 하라’고 했지만, 김 대표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의총 소집 여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친박계도 의총 소집 요구서를 당분간 제출하지 않을 예정이다. 사퇴 시기도 논란이 됐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지만 상당수 최고위원은 사퇴 시한을 못 박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경 예산안 처리 날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한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 소속 의원들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장파 중심의 재선의원 20명은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는 친박계의 움직임에 성명을 내며 집단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세연 의원 등 20명은 성명서를 통해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됐다”며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당 최고위원회의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당내 초·재선 쇄신 모임인 ‘아침소리’ 역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의원 등 8명은 성명서를 통해 “당 지도부는 당청 소통 강화와 생산적 당청 관계 형성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초선의원 정책개발모임인 ‘초정회’도 의원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 모임을 가졌다. 초정회 회장인 강석훈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과 의총 때 이미 결정이 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 등이 팽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장외 여론전 치열
당내 계파별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내홍은 계속됐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당청 갈등은 분명히 해결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진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라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모든 책임을 원내대표에게 전가하고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는 방식은 동료 의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두언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