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거취’ 갈등] 유승민 ‘명예퇴진 출구’ 찾을까 靑-친박 압박에 버티기 쉽지 않아… 국회법 재의결 무산때 사퇴 가능성
“최고위원들의 말을 경청했고, 생각해 보겠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장을 나서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유일하게 남긴 말이다. 결국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최고위는 당헌·당규상 선출직 해임 권한이 없고 유 원내대표도 떠밀리듯 그만두지는 않겠다는 뜻이 강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이날 최고위원 절대 다수가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권고했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친박(친박근혜)계와 유 원내대표의 충돌 가운데서 중재 역할을 자임하던 김무성 대표도 ‘명예 회복의 기회’를 주는 것을 전제로 유 원내대표의 거취 결정을 권유한 셈.
전격적으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재신임을 받은 뒤 물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당 지도부 사이에는 ‘의원총회는 당 분열을 극대화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고위 이후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친박계도, 유 원내대표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던 비박(비박근혜)계도 잠잠해진 분위기다.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내겠다는 친박계 측도 “스스로 결정할 시간을 주겠다”는 이유로 소집요구서 제출을 보류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일부 의원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고 의원들의 의견을 주로 들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섣불리 (거취를) 결정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