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청년실업 대책 보고서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08학번인 박모 씨(26)는 취직을 준비하면서 졸업을 내년으로 미뤘다. 박 씨는 “2, 3년 전까지 학점 커트라인이 3.8 정도였다면 이제는 4.0은 넘어야 서류전형을 통과한다”며 “정년 연장이 되면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든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체 사업장에 ‘정년 60세 연장’이 적용되는 2017년 청년실업률이 10%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대 간 ‘일자리 다툼’이 본격화된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신속한 일자리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 대졸자 넘쳐나는데 일자리는 부족
1996년 대학 정원이 자율화되면서 1990년 33.2%였던 대학진학률(고교 졸업자 중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2009년에는 77.8%까지 치솟았다. 2008, 2009년 입학생들이 대거 졸업하는 올해와 내년 취업전선에 나설 대졸자는 각각 30만8000명, 31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300인 이상 대기업은 내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후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서 각 기업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 올해 1만6000명인 대기업 은퇴자는 내년과 2017년에는 각각 4000명 수준으로, 내년 17만5000명인 중소기업 은퇴자는 2017년 3만8000명, 2018년 4만 명으로 각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은 올해 9.5%, 내년 9.7%로 상승한 뒤 2017년에는 10.2%로 두 자릿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청년실업은 불황보다 초고학력 사회와 고령화사회가 충돌하며 빚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국내 고용률이 2017년 약 61%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의 ‘연령대별 고용여건 점검 및 향후 전망’ 보고서는 고용 증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고용률이 높은 핵심연령층(30∼54세) 인구 감소 △고학력화 등으로 인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 △정규직-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가 유지될 경우 2020년 이후에는 취업자 수가 정체되고 2025년경부터는 내리막을 탈 것으로 예측했다.
○ 베이비붐 세대의 책임 전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했던 기간인 1981∼1990년에는 20대 고용률이 58.0%에서 62.1%로 4.1%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자녀 세대(1979∼1992년 출생자)가 취업전선에 뛰어든 2005∼2014년에는 오히려 61.2%에서 57.4%로 20대 고용률이 3.8%포인트 떨어졌다.
이 부회장은 “정년 연장에도 임금피크제 도입률(3월 고용노동부 발표 기준)은 9.4%에 불과하고 72.2%는 아예 도입 계획도 없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기득권 지키기를 비판했다.
○ 수요공급 맞춘 일자리 정책 시급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은 대졸자 공급과 일자리 수요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 측면에서는 현재 고교 졸업생의 70%가 넘는 대학 진학자 중 절반은 ‘기능직 교육’을 받아 취업시장에 진출해야 수급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수요 측면으로 보면 결국 임금피크제 조기 도입 등 정책적 수단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황태호·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