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인에서 커피인으로
커피기계를 알아야 수익이 보인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명한 당구선수가 되어 이름을 떨치리라 생각을 했으며, 실제로 지상파 3사에도 나와서 인터뷰를 한 일도 있고 그 꿈이 현실로 곧 다가오리라 생각하고 군에 입대했다.
칼럼니스트 김병희
물류창고에서 접한 커피의 미래
가평 현리에서 헌병으로 근무하면서도 전공이었던 당구를 연습하기 위해 당구대를 관리하는 당구관리병도 했었던 나에게 인생의 종합대학 군대는 많은 것을 일깨워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제대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공부시켜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도 더 절실히 알게 됐고 ‘내 등록금은 내가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물류창고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그곳에서 가정용 커피 기계를 처음 접하게 됐었는데, 그 순간이 내 커피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잠깐만 일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당구를 계속하려는 생각이 강했지만, 커피를 접할수록 당구 이상의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지인 소개로 평수 대비 매출이 엄청 높았던 대구의 유명 커피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는 커피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수많은 손님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대박 사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님께 힘이 되어 드리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커피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카페다 김병희 상무이사>
커피의 매력을 ‘카페다’에 옮기다
커피원두 판매 영업일을 하면서, ‘커피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야 더 큰 일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 커피기계 AS업체, 커피 로스팅공장업체, 각종 커피매장 등 많은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커피의 묘한 매력을 계속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영업을 통해 많은 급여도 받게 되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직장인으로서 큰 감사를 느꼈기에, 직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의 시스템이 바뀌면서 인센티브가 줄어들었다. 당시 필자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기에 가장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결과 당시 IT업계에서 일하고 있던 형님과 의논해서 지금의 ‘카페다’(www.cafeda.co.kr )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꿈의 연봉 1억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직장생활에서 매출100억 이상을 목표로 일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사업을 시작하며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좋았던 것은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서로 대화하며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사람에 대한 신뢰와 밝은 미래의 확신을 얻게 되었고 유형의 상품보다 무형의 상품이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게 제품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는 것을 목표로 일하다보니 일이 즐겁고 삶의 목표도 뚜렷해졌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하면 유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으며, 당시의 열정과 즐거움은 지금도 내 삶에 큰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마시는 와인보다 아침에 눈을 떠 하루를 준비하며 마시는 커피가 우리에게는 더 친숙한 기호음료이다.
‘밥보다 커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국가도 드물 것이다. 실제로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 가운데, 커피 소비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특히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커피매장은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고개만 돌려면 어디에나 보이는 것이 바로 커피매장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매장이 다 잘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야심 찬 기대와는 달리 어려움을 겪으며 시름만 늘어가는 커피매장을 보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공유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커피매장이 잘 되려면 분위기가 좋거나 커피가 유달리 맛있거나 가격이 저렴하거나 하는 나름대로의 차별화된 전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잘된다하더라도 운영을 하다보면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특히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순간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커피기계가 고장이 났을 때라고 말한다. 물론 커피기계가 갑자기 고장 나는 일은 드물다. 비가 오기 전에 먹구름이 끼듯이 고장 전에 징조가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간혹 징조가 없이 고장이 날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센스장이 업주들은 감가상각을 생각해서 하루에 아메리카노 한 잔 값 정도를 기계관리비로 저축하고 평소에 점검도 잘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기계가 고장 나지 않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업주들이다. 이들은 평소 기계관리를 제대로 받지 않을뿐더러 고장이 났을 때 엔지니어들과 겪는 마찰도 심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매출감소의 아픔을 겪게 된다.
그 아픔을 원두영업을 했던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래서 커피기계 관리 측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그 결과 많은 커피 창업자들을 상대로 엔지니어 과정을 함께 교육함으로써 창업성공에 더 큰 힘을 실어주게 됐다.
이를 통해 업주들은 커피기계를 직접 유지관리하고 고장이 났을 때도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함으로써 손해를 줄이고 안전하게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질 좋고 위생적인 커피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불과 얼마 전, 커피기계의 위생상태를 꼬집는 내용이 TV를 통해 방영됐다. 커피가 건강음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방송이라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줬다. 전국적으로 커피 판매수익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하지만 커피머신 엔지니어를 양성했던 필자는 오히려 고맙다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커피기계를 알고 이를 꾸준히 관리해오던 업주들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에서도 다양한 지식을 겸비한 이들이 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음료를 만들고 커피입자를 맞추고 레시피를 잡고 서비스하는 것은 바리스타의 몫, 기계를 고치고 관리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 커피생두 선별을 하고 서로 다른 국가의 커피를 혼합해서 균형 잡힌 원두를 만들어 내는 것은 로스터의 몫.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구시대적 얘기이다.
창업자가 위에 열거한 부분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을 때에 창업성공과 직결된다. 커피 창업을 꿈꾸고 있는 분이라면 시간이 주어졌을 때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많은 지식을 공유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 가지만 정말 잘해도 성공할 수 있겠지만, 시대가 급변하는 시점에 다양한 지식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면 성공창업은 한 발 더 가까워져 있으리라 본다.
커피의 매력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커피생두를 갈아 마시면 다이어트에 탁월하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내용을 접하면 유기농생두를 취급하는 필자는 더욱 큰 사명감을 느낀다.
유기농생두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씻고 바로 갈아먹기에도 안전하다. 그리고 볶은 원두커피에는 카페인과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겐산 성분이 치매예방과 유해산소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많은 질병의 원인이 유해산소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필자에게 원두커피는 건강음료라는 확신을 더욱 안겨주었다.
선진국일수록 국민 1인당 원두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많다고 한다. 기호음료를 넘어서서 건강음료로서 다가오는 커피가 고마울 뿐이다. 결혼해서 세 아이의 아빠가 된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이다.
커피라는 지금의 시대에 잘 맞아 떨어진 기회를 가정의 행복과 삶의 목적으로 연결시키고 싶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음료는 많겠지만, 커피인으로서 커피음료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끝으로 라메드 독자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를 접해보라고, 아마도 가정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리라 생각한다.
COLUMNIST 김병희
현 카페다 상무이사
현 이탈리아 일렉트라 머신 공식 엔지니어
현 태환 자동화산업 로스팅 공식 교육장 책임 강사
현 일본 후지로얄 로스터기 공식 엔지니어
현 한국자격능력평가원 인재개발부원장
커피 이론과 실무 <카페창업안내서> 출간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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