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르꼬끄 스포르티브 제공
30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를 밟은 세계 랭킹 79위 정현은 세계 151위 피에르위그 에베르(24·프랑스)에 2-3(6-1, 2-6, 6-3, 2-6, 8-10)으로 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 대신 샤워부터 하겠다며 라커룸으로 향했던 정현은 “큰 대회 도전을 앞두고 이기든 지든 후회 없이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앞서가던 경기를 져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편하고 자신감 있게 했어야 했는데 소극적인 플레이가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자책했다.
이날 정현은 게임스코어 3-1로 앞선 5세트 5번째 상대 서브 게임에서 15-40까지 앞섰다. 이 게임을 가져왔으면 4-1까지 달아날 수 있었지만 내리 포인트를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다. 게임스코어 4-3에서 맞은 8번째 자신의 서브게임에서는 40-0까지 달아나고도 연속 실점으로 게임을 내줬다.
정현과 달리 윔블던 출전 경험이 있던 에베르는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자신의 장기인 서브와 네트 플레이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5세트에서 에베르의 서브 에이스는 정현보다 9개가 많은 13개나 됐다. 노갑택 대표팀 감독은 “너무 지키려다보니 흐름이 나빠졌다.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정현도 “쓴 약이 됐다. 배운 점이 많다. 기복을 줄여야 하고 네트 플레이를 다양하게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나만의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다짐했다. 최근 서브를 교정하고 있는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양 발을 거의 붙인 채 서브를 하는 독특한 자세로 눈길을 끌었다. 체중 이동에 도움이 된다고는 해도 하체가 불안해 질 수 있어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현장에서 아들을 응원한 정현의 어머니 김영미 씨(물리치료사)는 “1000번 정도 져봐야 테니스를 알 수 있으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19세의 정현은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겨우 한 번 졌을 뿐이다.
1회전 패배에도 정현은 2만9000파운드(약 51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1일 귀국하는 정현은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와 데이비스컵 등에 출전한 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