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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셜록 홈즈 팬 마음 상하게 하는 일 절대 없을 것”

입력 | 2015-07-01 03:00:00

코넌 도일 재단 공식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 e메일 인터뷰

홈즈의 숙적과 본격 대결 다룬 ‘모리어티의 죽음’ 최근 국내 출간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원칙 아래 철저히 코넌 도일 방식으로 써
시골마을… 선상… 어디서든 집필… 펜으로 먼저 쓴 뒤 컴퓨터에 옮겨




  《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홈즈 작가. 영국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60)에게 붙은 수식어다. 2011년 1월 아서 코넌 도일(1859∼1930)의 직계 후손이 직접 운영하는 이 재단은 “명탐정 셜록 홈즈를 부활시키겠다”며 깜짝 발표를 했다. 재단에서 공식 인정한 호로비츠가 새로운 홈즈 소설을 출간한다는 내용이었다. 재단은 저작권 관리와 함께 코넌 도일 사후 홈즈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




아서 코넌 도일 재단이 공식 인정한 영국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 그는 2011년 ‘셜록 홈즈-실크 하우스의 비밀’, 최근 출간한 ‘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으로 명탐정 홈즈를 완벽하게 부활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언제일지 확답은 못하겠지만 꼭 세 번째 홈즈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황금가지 제공

이에 앞서 호로비츠는 2000년대 초 재단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고 곧장 수락했다. 그 역시 17세 때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셜록 홈즈 작품집을 읽고서 ‘범죄 작가(Crime Writer)’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1년 9월 8년간의 방대한 자료 조사와 집필 기간을 거쳐 쓴 ‘셜록 홈즈-실크 하우스의 비밀’이 출간됐다. 영국 현지에선 ‘완벽하게 셜록 홈즈를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만 부가 팔리며 인기를 모았다.

호로비츠가 쓴 두 번째 셜록 홈즈 소설 ‘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이 최근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모리어티의 죽음’은 홈즈와 숙적 모리어티 교수의 맞대결을 그린 유명한 단편 ‘마지막 사건’의 이후 이야기를 다뤘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내 셜록 홈즈 마니아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한국 독자들은 재단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이전트가 혹시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냐고 하기에 즉시 하겠다고 대답했다. 코넌 도일 직계 후손들은 무척 관대했다. 특별히 요구하는 바도 거의 없었고, 탈고할 때까지 직접 만난 일도 없었다.”

아서 코넌 도일 재단에서 공식 인정한 콘텐츠엔 재단 고유의 마크가 찍혀 있다. 오른쪽은 코넌 도일. 황금가지 제공

―‘실크 하우스…’에 대한 칭찬은 코넌 도일‘처럼’ ‘답게’ 썼단 거다. 당신도 ‘알렉스 라이더’ 시리즈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홈즈 시리즈의 그늘로 들어가는 것이 아쉽지 않았나.

“원전이 ‘그늘’이라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다. 그 작품들은 코넌 도일이 환상적으로 정제한 놀라운 세계관과 문학사상 손꼽히게 위대한 캐릭터를 제공해준 영감의 원천이었다. 솔직히 ‘실크 하우스…’를 잘 쓸 자신이 있었다. 마음에 의심이나 거리낌이 한 점이라도 있었다면 작품을 끝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주 간단한 규칙을 세웠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I would change nothing)’. 코넌 도일이 하지 않았을 법한 일은 나도 할 생각이 없다. 나는 셜록 홈즈는 내게 속한 존재가 아니라, 그와 그가 등장하는 책을 사랑하는 수백만 명의 전 세계 팬들에게 속한 존재라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홈즈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셜록 홈즈 마니아가 오래 기다린 모리어티가 등장한다.

“원작에서 모리어티가 실제로 등장하는 건 ‘마지막 사건’ 단 한 편이고, 몇몇 작품에서는 이름이 언급될 뿐이다. 그러나 그는 범죄 문학에서 크나큰 위치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불구대천의 숙적으로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서로에게 크나큰 경의를 품고 있지만 말이다. 코넌 도일은 한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쓰는 데 지쳐 버렸고, 그래서 홈즈를 ‘죽이기’ 위해 모리어티를 창조해 냈다. 모리어티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당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나.

“까다롭게 굴려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난 매일을 색다르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지금 난 에게 해 끄트머리에 있는 크레타 섬에서 이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때로는 영국 서퍽 주에 있는 오퍼드란 작은 마을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쓴다. 확실히 물가에서 작업이 잘된다. 하루에 열 시간 정도, 다른 건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글에 집중한다. 보통은 펜으로 직접 쓴 뒤에 컴퓨터로 옮긴다.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너무 좋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