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7월의 주제는 ‘절전’]<122>낭비업소 단속도 뜸해
주변 다른 매장 중에는 출입문 바로 옆이나 위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시에 가동하는 곳도 있었다. 한 매장 점원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줄어든 매상을 올려야 한다. 전기요금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력 공급에 여유가 생기면서 절전 캠페인이 시들해진 틈을 타 이처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들이 정상 가동되고 전력요금이 한시적으로 인하되면서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도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점들이 문을 연 채 냉방기를 트는 것은 여름철 에너지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에너지관리공단이 40m² 규모 매장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외부 온도가 32도일 때 에어컨을 22도에 맞춰 가동하면서 문을 닫아 놓으면 전기가 860Wh 소비된 반면, 문을 열어 놓을 경우 2924Wh나 소모됐다. 전력 소비량이 무려 3.4배로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을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영업 방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손님을 끌어들이려면 문을 열어 둬야 한다는 업주들의 인식이 안 바뀌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전력 사정이 예년에 비해 나아지고, 메르스 사태 여파로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에너지 낭비 업소’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느슨해진 탓도 있다.
정부는 올해 전력 사용과 관련된 규제와 단속을 대부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문을 연 채 냉방하는 상점에 한해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그만큼 에너지 낭비가 크기 때문이다.
전력 당국은 여름철 전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손님이 드나들지 않을 때는 문을 닫아 놓은 채 냉방기를 틀도록 상점들을 독려할 방침이다. 또 에어컨 가동 시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상점 출입구에 회전식 문이나 이중문을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