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 논설위원
100일 넘은 장기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포스코의 건설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것은 3월 13일이었다. 사흘 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출국 금지됐다. 두 사람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기사들도 눈에 띈다.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 8명과 개인비리 혐의가 드러난 협력업체 경영자 2명 등 모두 10명이 구속됐지만 정작 포스코 임직원은 한 명도 없다. 수사 성과가 수사진의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인지 검찰 주변에서는 “포스코 수사가 올해 내내 계속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속전속결로 끝난 일반적인 기업 수사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면서 포스코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해외 주주와 거래업체들은 수사 진행 상황을 자주 회사에 문의하면서 불안감을 보인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법적으론 엄연히 별개 회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포스코와 경쟁하는 해외 철강업체들은 포스코를 ‘비리 기업’으로 깎아내리면서 반사이익을 챙긴다. 포스코 주가는 수사 착수 직전인 3월 11일 주당 26만9000원에서 6월 30일 22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포스코는 행여 검찰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전전긍긍하면서 각종 회사 행사를 축소했다. 공격적 경영은 엄두도 못 낸다. 임직원들은 이례적 장기 수사에 따른 피로감에 시달리면서도 말 한마디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명백히 법을 어긴 포스코 임직원이 더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범죄 수사를 건성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앞으로 어떤 반전이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보면 검찰이 의욕만 앞서 한국 철강업계의 대표주자인 포스코를 지나치게 몰아붙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회사 피해에도 눈 돌려야
검사의 자존심보다는 기업의 성패(成敗)가 더 중요하다.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인데 수사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은 질질 끌지 말고 가든 부든 포스코 수사를 마무리할 때다. 그것이 김진태 총장이 다짐한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라는 정신에도 부합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