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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깨고 美 아닌 유럽機 선택… 독도 작전비행시간 4배로

입력 | 2015-07-01 03:00:00

1조5000억 공중급유기 쟁탈전… 유럽 A330, 美 보잉 제치고 선정




1조4881억 원이 투입되는 공중급유기 도입사업 기종으로 선정된 유럽 에어버스의 A330 MRTT가 공중에서 전투기에 급유하고 있다. 군은 2018년부터 총 4대를 도입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국방부 제공

유럽 에어버스의 A330 MRTT가 1조4881억 원이 투입되는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의 기종으로 최종 결정됐다. 한국 공군이 유럽산 항공기(고정익)를 도입하는 것은 1990년대 초 영국의 호크 훈련기 도입 이후 처음이다.

방위사업청은 30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제8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에어버스의 A330 MRTT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비용(기체 가격과 운영 유지비)과 성능, 운용 적합성, 절충교역(기술이전) 등 분야별 평가를 종합한 결과 A330 MRTT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에어버스의 A330 MRTT와 미국 보잉의 KC-46A,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KC-767 MMTT 등 3개 기종이 경쟁을 벌였다. 이 가운데 KC-46A와 A330 MRTT가 막판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유로화가 평가 절하돼 A330 MRTT의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다른 기종들보다 기체가 커 급유와 수송 능력이 앞선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군은 2018, 2019년에 매년 두 대씩 총 4대를 도입해 배치할 계획이다.

군 안팎에선 이번 결정을 ‘이변’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공군은 한미 연합작전의 상호 운용성을 고려해 대부분의 항공기를 미국에서 도입했기 때문이다. 핵심 전력인 차기전투기(FX)와 공중조기경보기도 한미동맹 요소가 고려되면서 미국 기종이 절대 우위를 차지했다.

군 관계자는 “A330 MRTT는 영국과 호주, 중동 국가들에서 운용하고 있고 한국 공군 기종에도 급유가 가능해 상호운용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미국 일변도의 한국 무기시장이 다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공군 전투기의 비행시간과 작전반경이 대폭 늘어난다. KF-16 전투기는 연료를 가득 채워도 독도와 이어도 상공에서 작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각각 10여 분과 5분에 불과하다. 최신예 F-15K 전투기의 작전시간도 독도는 30여 분, 이어도는 20여 분에 그친다. 하지만 공중급유기로부터 한 차례 급유를 받으면 두 기종의 작전시간은 3∼4배로 확장된다. 연료주입용 호스(붐)를 통해 2∼3분이면 전투기 1대에 연료를 완충할 수 있다.

강력한 전력 증강 효과도 기대된다. 공중급유기가 없는 경우 공군 전투기는 원거리 작전 때 보조연료탱크를 탑재하고 이륙한다. 그만큼 정밀유도무기 등 무장을 장착할 공간이 줄어들어 작전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게 되면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같은 전투기라도 더 많은 무장을 싣고, 연료 걱정 없이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다. 1대의 전투기가 최소 3, 4대 몫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3년 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 이어도 상공까지 확장된 이후 공중급유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변국 군용기의 침범 횟수가 급증하면서 우리 전투기의 작전반경 확대 요청이 많아진 것이다. 일본은 KC-767 공중급유기 4대를 운용 중이고 추가로 4대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각각 18대와 20대의 공중급유기를 운용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1994년 첫 삽을 떴지만 예산 문제로 계속 밀렸던 공중급유기 사업이 21년 만에 결실을 봤다”며 “공중급유기가 전력화되면 유사시 평양과 원산 등 북한 지역에 대한 정찰 타격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